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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지혜

실리콘밸리의 경영학도들

by 소나기_레드 2023.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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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3933236&memberNo=31994377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PUBLY)<경영학도로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기-스케일과 수익을 창출하는 운영업무>중 일부를 무료 공개합니다.

회계사를 박차고 테크 스타트업 창업에 성공하다

문아련 님(왼쪽)과 황수민 저자(오른쪽) (이미지 제공: 황수민)

문아련, 굿타임 CEO

삼성전자 미국 지사와 반도체 회사 프리스케일Freescale에서 4년 가까이 회계 업무를 했다.

워크데이의 김재환 엔지니어 와 마찬가지로 비효율적인 수작업을 자동화하다 프로그래밍에 빠졌다. 이후 사표를 내고 3년 동안 카페로 '출근'하며 프로그래밍을 독학했고 기업의 스케줄링을 돕는 굿타임Goodtime이라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해 19명의 팀을 이끌고 있다. 2018년 여름에는 시리즈 A로 약 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도 올렸다. 제약이 없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더 큰 팀을 꾸려 지금 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문아련 창업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황수민(이하 생략)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문아련(이하 생략) 1학년은 자율전공으로 듣고 싶은 수업을 듣고, 2학년 때 전공을 고르는 대학을 다녔다. 친한 친구를 따라 회계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특별히 진로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지금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전공이 도움이 되지만 말이다.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프리스케일에서 매 분기 재고분석을 했다. 반도체 재고를 보고 영업팀과 재무팀이 계획한 수익 예측에 비교해 실제 팔린 양과 남은 양을 분석한다. 이 업무를 일일히 수작업했다.

 

세 명인 회계팀에서 두 명이 분기마다 한 달을 매달리는 프로젝트였는데, 꽤나 반복적인 일이어서 한 번 자동화해보자고 생각했다. 출근하기 전 두 시간, 퇴근하고 두 시간 동안 파이썬을 독학했다. 그렇게 이 일이 고작 4시간 안에 해결되는 일로 바뀌었다. 회계팀은 수익을 창출하지 않기 때문에 경영지원 부서라고만 생각했는데, 프로그래밍으로 일의 효율을 높여 비용을 줄여준 것이다.

 

퇴사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매니저가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내가 만든 툴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후 CFO와 면담을 하게 되었고 그가 '무슨 일을 하고 싶냐'고 물었는데,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회사를 떠날 거라고 말했다. 회계나 재무 일을 하는 것에 흥미가 없었다. 기회가 있으면 프로그래밍을 더 공부하고 싶은데, 반도체 회사에서 그런 업무를 배울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정말 퇴사해서 3년 동안 프로그래밍을 독학했다. CFO는 너무 좋은 분이라 퇴사하던 날 문자로 인사를 해주었다.

 

어떻게 3년 동안 공부할 생각을 했나?

결혼 후 3년 동안 회사에 다니며 배우자가 학교를 마칠 수 있도록 생활을 책임졌다. 남편이 프로덕트 매니저로 자리를 잡자, 나에게도 3년 동안 공부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매일 같이 카페 4곳을 돌아다니며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다. 마치 붙박이 가구처럼 움직이지도 않고 공부에 매진했다. 당시에는 프로그래밍을 배워 어떻게 취직해야겠다는 계획은 없었다. 그냥 너무 재미있었다. 부트캠프는 생각을 안 했다. 온라인에서 무료로 배울 기회가 많았다.

독학이 쉽지만은 않다. 팁이 있다면?

우선 스탠퍼드 대학에서 제공하는 'Computer Science 101' 수업을 들었다. 전반적으로 컴퓨터 공학에 대해 이해한 뒤, iOS 프로그래밍 수업을 듣고 앱을 만들었다. 스위프트Swift와 오브젝티브CObjectiveC*를 배웠다.

* 스위프트와 오브젝티브C는 iOS에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다.

 

영어를 배울 때 문법만 공부하면 절대 실력이 늘지 않듯, 눈에 보이는 걸 만들어야 재미도 있고 배움의 속도도 빠르다. UI가 생기고, 색깔이 바뀌고, 기능function이 제 역할을 하는 등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으니 하루에 8시간을 해도 지겹지 않았다.

 

원래 이과적 성향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 수학을 잘했는데 한국인이라서 쉬웠다고 생각한다. 막상 프로그래밍을 해보니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풀고 또 혼자 일하는 게 성향에 잘 맞더라.

 

어떤 계기로 회사를 창업했나?

남편과 남편의 친한 개발자 친구와 해커톤에 나가봤다. 셋의 합이 좋았는지 해커톤에서 수상했다. 세일즈포스가 주최한 해커톤에서는 무려 상금을 1만 달러(약 1,130만 원)나 받았다. 셋이 힘을 합쳐 창업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남편과 친구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퇴사하고 스타트업을 하기로 했다.

 

굿타임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

해커톤에서 우승해 실제 창업하려고 했던 아이디어는 지문 인식 앱이었다. 애플워치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손가락으로 'U'라고 그리면 우버를 자동으로 불러주는 거다. 하지만 서비스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사업에 대한 확신을 잃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리쿠르터recruiter*와 저녁 식사를 하는데, 업무의 반 이상을 면접 일정 관리에 할애한다고 하더라.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고 리쿠르터의 면접 일정을 스마트하게 관리하는 B2B 소프트웨어를 만들기로 했다. 당시 셋 다 퇴사한 상황이었기에, 자금이 부족해 매 끼니를 빵에 잼을 발라 먹으며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 채용담당자

 

첫 고객이 에어비앤비다. 어떻게 이렇게 큰 기업을 유치했나?

지금 생각해보면 프로토타입이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간절함을 가지고 고객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영업했다.

 

에어비앤비는 남편이 영업을 했는데, 홍보문구를 붙인 간식 박스를 준비했다. 회사 앞에 찾아간 뒤, 담당자에게 연락해 '간식만 두고 오겠다'고 했다. 정말로 빵만 두고 나오기도 하고 담당자가 시간 여유가 있으면 프로토타입을 보여주면서 신뢰를 얻었다. 몇 달이 걸린 긴 영업 과정이었고, 그만큼 보람도 컸다.

굿타임을 알리기 위해 준비한 간식 ⓒ문아련

에어비앤비를 계기로 다른 테크 기업도 좀 더 쉽게 유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를 VC가 높이 평가해 투자도 받을 수 있었다.

 

회사 초창기에는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했다. 어떤 제품을 만들지 어떻게 결정했나?

제품 개발은 다트를 던지는 것과 비슷하다. '프로덕트 마켓 핏Product Market Fit*을 찾는다는 것은 과녁 중앙을 맞추는 건데, 그냥 막 던져서는 안 된다. 고객이 가진 불편함을 이해해야 명중할 가능성이 커지고, 개발팀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최소요건제품minimum viable product**을 만들더라도 사용자를 모르면 이 '불스 아이'를 찾아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 웰스프론트 공동 창업자인 앤디 라클레프(Andy Rachleff)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넷스케이프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VC 마크 안드리센이 언급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제품과 시장의 요구가 부합(Fit)하는 것을 말하며 줄여서 PMF라 하는데, 마크 안드리센은 '스타트업의 성공에 있어 유일하게 중요한 것'이라 강조한다.

** 복잡한 상품을 빨리 론칭하기 위해서 가장 최소한으로 단순화시킨 것. 시장의 반응을 보고 피드백을 반영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든다.

 

그래서 나는 굿타임을 창업하고도 적어도 일주일에 4~8시간은 에어비앤비, 뮬소프트MuleSoft, 드롭박스Dropbox 같은 고객사에서 리쿠르터로 일한다.

 

꼼꼼한 성격이 아니라 채용 코디네이터로 일하면서 크고 작은 실수를 한다. 예를 들어 서너 명의 면접관이 들어와야 하는 인터뷰에 한 명만 들어가는 미팅 룸을 예약하거나, 인터뷰 스케줄 변경에 대해 최종 컨펌 이메일을 보내지 않아, 지원자가 인터뷰가 있는지 몰랐던 일도 있다. 지원자가 부사장급 레벨이어서 꽤 큰 문제였고, 회사에 매우 미안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를 만들 때 이런 부분을 고려해 꼼꼼하지 않은 리쿠르터도 실수 없이 미팅 스케줄을 짤 수 있게 했다.

 

한 회사의 CEO가 다른 회사에서 리쿠르터로 일한다는 게 흥미롭다. CEO로서는 어떤 업무를 하나?

아직 영업 부사장이 없다. 그래서 나의 시간 50%는 세일즈를 하는 데 쓴다. 20%는 펀드 모집fund-raising을 준비하고 10%는 직접 리쿠르터로 일하는 데 할애한다. 남편과 함께 팀을 이끌면서 직원 면담도 한다. 규모가 작고 조직이 수평적이어서 중간 관리자가 없다. 면담을 통해 직원이 자신의 커리어를 발전시킬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게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향적인 사람이라 여러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를 잃는데, CEO의 경쟁심을 자극하는 세일즈는 재미있다. 그리고 비즈니스 계약에 사인할 때, 희열을 느낀다. 지금은 소프트웨어 기업이 주 고객층인데 좀 더 다양하게 고객층을 넓혀가고 싶다.

 

앞서 남편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스타트업을 하면서 가장 행복한 것은 배우자와 함께 일한다는 거다. 회사 운영에는 크든 작든 부담과 어려움이 곳곳에 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은 남편이 채워주고 남편이 부족한 부분은 내가 채울 수 있다. 나는 비즈니스를 할 때, 불도저처럼 앞으로만 나아가는 스타일이다. 반면 남편은 내가 앞을 보고 있을 때 누굴 밟지 않았나, 상처 주지 않았나 돌봐준다. 팀워크를 강화하는 사람이다. 감사한 일이다.

 

회사 운영에 부담과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인가?

회사는 성장 중이고, 수익도 안정적이라 월급 같은 재정적인 부분은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나에게 거는 기대가 큰데, 그 기대에 못 미칠까 봐 두려움이 있다. 게다가 직접 영업을 하다 보니 경쟁사와 부딪힐 일이 있는데, 내 고객을 뺏기면 안 된다는, 그들에 뒤처지면 안된다는 부담도 있다. 우리 팀은 이미 너무 잘하고 있는데, 더 잘했으면 하는 욕심도 있다.

 

굿타임의 목표는 무엇인가?

굿타임의 소프트웨어는 회사와 지원자의 면접 스케줄을 최적화하는 것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굿타임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업의 모든 스케줄, 오리엔테이션, 영업 미팅, 트레이닝 등을 스마트한 방식으로 최적화하는 것이다.

 

아무런 제약 없이 무슨 일이든 해도 되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굿타임에서 지금 하는 일을 더 큰 팀을 만들어 진행하고 싶다. 어렸을 때는 막연히 역사에 남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내 목표는 굿타임을 통해서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남기고 싶다.

 

창업을 꿈꾸고 실리콘밸리로 온 경영학도에게 주는 조언이 있다면?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것을 추천한다. 어렵지도 않을뿐더러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으면 본인이 직접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빨리 아이디어를 테스트할 수 있다. 한마디로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것. 창업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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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수민 / Shipper Operations Team Lead - Uber Freight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캐나다 조기유학을 시작으로 중국, 일본, 미국, 프랑스, 싱가포르에서 살았습니다. 유펜의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우버의 워싱턴 DC, 싱가포르 오피스를 거쳐서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2년간 우버에서 일한 뒤 현재는 우버 내의 스타트업인 우버 Freight에서 작은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뼛속까지 문과생 답게 킨들과, 종이와 펜만 있으면 무인도를 가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살면서 창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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