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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술자리 문화

by 소나기_레드 2024.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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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유지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술자리 문화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특히 비즈니스 관계에서 술자리를 많이 하는 분들은 공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우선 술자리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저 스스로 저녁 술자리를 줄이려고 한 게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지만 객관적으로 술자리 모임과 제안이 많이 사라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술자리가 비교적 일찍 끝납니다. 예전에는 2차는 기본이고 3차까지 가능 경우도 많았죠. 1차에서 마치면 서로 서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좀 어색한 사이에서 1차에서 저녁식사에 곁들인 반주 조금 마시고 헤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이제는 1차만 하고 마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1차에서 충분히 술과 안주를 먹고 대화를 나누고 즐겁게 보내고 9시 반에서 10시 정도에 헤어지는 게 보통입니다. 특정한 상황에서 1차를 2시간 전에 마치게 된 경우 2차를 가긴 하는데요, 이때도 매우 가벼운 맥주 한 두 잔만 하고 끝냅니다. 

엊그제 오랜만에 즐거운 술자리를 하다가, '추억의 술 문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비즈니스 술자리에서 일상적으로, 또는 많이 먹던 방식이 어느덧 사라진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 과하거나 좋지 않은 문화였던 것은 사실이라, 지금은 추억 속으로 사라진 것이 낫긴 합니다. 그래도 과거 비슷한 시기를 함께 경험한 사람들이 가진 기억을 공유하는 시간은 즐겁더군요. 이 때 언급된 술 문화, 그리고 추가로 생각난 몇가지를 소개합니다. 

1. 폭탄주는 양폭! 
예전에는 폭탄주! 하면 양주와 맥주를 섞어먹는 폭탄을 이야기했습니다. 양주가 비싸서인지, 알코올 도수가 높아서인지, 두 이유 모두 때문인지 어느 순간부터 소주와 맥주를 말아서 먹는 폭탄주가 주류가 됐습니다. 

2. 폭탄주 타고 먹는 법 
폭탄주를 먹을 때는 그 날 술자리 구성원이 단체 행동을 합니다. 폭탄주 탈 때도, 먹을 때도 함께, 무조건 원샷하고 나서 잔을 폭탄주를 조제하는 사람에게 반납합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돌아가면서 술을 말아서 주고 받고 먹는 턴이 반복됩니다. 사람들이 많을 경우 한바퀴가 다 돌고 나면 술자리가 마치기도 하는데, 돌아가면서 술을 탄 사람이 폭탄주를 배분하고 나면 꼭 한 마디 하면서 건배사를 하고 함께 먹습니다. 모두가 함께 원샷을 하면 다함께 박수를 치기도 합니다. 이렇게 쓰고 있자니, 그 땐 저도 그 중 한명으로 즐겁게 마시긴 했는데, '헉'이네요.  

3. 폭탄주 타는 방법  
폭탄주를 먹을 때 가장 알맞는 잔은 이른바 '글라스 잔'입니다. 그 잔에 절반을 한참 넘지 않은 정도만 채워 따르는 게 중요합니다. 한입에 털어넣기 부담스럽지 않도록 말이죠. 이 잔은 아마도 맥주 제조사들에서 무료로 주는 유리컵이라고 짐작합니다. 일반 식당이나 술집에 다 있는데요, 오히려 고급 술집에는 이 크기의 잔이 없어서 말아먹을 때 힘든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양주잔 또는 소주잔에 술을 붓고 맥주잔에도 따로 부은 후 작은 잔을 그 안에 넣어서 폭탄주를 만들었습니다. 맥주잔에 소주나 양주가 담긴 작은 잔을 빠뜨리거나, 여러 잔을 탈 때면 맥주잔과 잔이 겹쳐진 윗쪽에 소주나 양주잔을 주욱 올리고 도미노로 빠뜨리는 묘기 아닌 볼거리도 선사했지요. 쇠젓가락(나무젓가락은 안됩니다) 위에 잔을 올려서 빠뜨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폭탄주를 타고 나면 잔을 흔들어서 잘 섞이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 방법은 손목 스냅을 이용한 일명 '회오리', 살짝 흔들기, 쇠숟가락으로 한 번 찍기, 젓가락 하나를 술잔에 넣고 그 젓가락을 다른 젓가락으로 땅 하고 쳐서 그 진동으로 섞이게 하기, 부드럽게 섞이고 거품까지 내게 하는 기구를 이용하기 등등 많습니다. 손목으로 섞을 때 예전에는 잔 위에 냅킨을 올려서 회오리를 만든 후 그 냅킨을 룸 천장이나 벽에 던져서 딱 붙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술문화가 문제가 되어서 뉴스에 나온 적도 있습니다.  

4. 러브샷 
돌아가면서 폭탄주를 먹을 때 둘씩 짝지어 마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깨에 팔을 둘러 서로 안다시피 해서 '러브샷'을 마시는 건데요. 그 포즈로 마시는 것을 넘어 마시고 난 후 '안주'까지 먹어야한다며 서로 '뽀뽀'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걸 시키고 하면서 즐거워들 했었죠. 한 15~20년 전쯤이어도 그 때도 여자들에게는 차마 시키지 못하니 주로 남자들끼리 했는데요. 시늉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걸 술자리에서 처음 봤을 때, 몇년 차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꽤 어린 기자였을 때 남자 선배들이 기업 홍보 담당분들과 매우 진한 러브샷에 안주 뽀뽀까지 쪼옥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게 생각납니다. 이제는 이 짓도 안하죠. IT 분야에서도 이런 방식의 술자리를 하던 특정 업계가 있었는데요, 그 때 했던 분들도 지금은 아무도 안하시겠죠.  

5. 잔 돌리기
사회생활 초창기에는 누가 제 잔에 술을 채워주면 우선 마시고 제 잔을 상대방에게 건네며 술을 따라드리는 것이 당연하고, 또 예의처럼 여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니면 앞서 이야기한대로 폭탄주를 마실 때면 함께 잔을 만들고 채우고 함께 먹고 나서 다음에 폭탄주를 말 사람 앞으로 다 몰아줬죠. 지금도 그렇게 많이 하지만 예전에는 누구의 잔인지 개의치 않았습니다. 
이제는 내가 먹던 잔을 다른 분에게 건네는 게 (비위생적이어서) 더 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기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폭탄주를 타고 먹을 때도 앉은 순서대로 잔을 나열해, 누구의 잔인지 구분해서 타고 서로 잔이 섞이지 않게 줍니다. 

다섯가지를 적어봤는데요, 모두 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추억의 술자리 풍경입니다.

그러고보니 저도 애주가로 수십년 살아온 터라 많은 경험을 했네요. 사실 저는 스스로 '나는 네트워킹 술'을 먹는다고 하거든요. 저는 혼술은 거의 안합니다. 하더라도 1년에 한 번 정도 맥주 작은 걸로 한 캔정도 먹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집에서는 술맛이 안납니다. '술은 술집에서' 먹는 주의입니다. 사람들과 즐겁게 만나서 먹는 술자리가 좋지 술 자체를 크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저녁 시간에는 누구와 만날 때 커피숍에 가서 몇시간 앉아서 떠드는 게 더 힘듭니다. 그래도 맥주 한 잔, 맛있는 먹거리라도 놓고 먹으면서 이야기 나누는 게 더 즐겁고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황사와 미세먼지도 사라진다고 하니, 쾌청한 봄날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분들과 야외에서 산책하고 운동하고 나서 선선한 바람 맞으며 자리 깔고 맥주 한잔 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이번 주말, 이 좋은 날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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