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4.
출판일 :2008년 6월호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오는 7월 시행될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인터넷전화가 본격 활성화될 전망이다. 지난 2000년 컴퓨터 상의 ‘다이얼패드’로 첫 선을 보인 인터넷전화는 품질과 서비스를 갈고 닦아, 저렴한 요금과 이동성이라는 강점을 내세워 기존의 PSTN 전화를 위협하고 있다. 인터넷전화가 걸어온 자취와 번호이동성 제도가 유선전화 시장에 미치는 진정한 의미를 짚어본다.
이수진 기자
인터넷전화는 IP 망인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망과 백본 망 설비를 이용한 전화 서비스다. 따라서 초고속인터넷 망은 인터넷전화의 실질적인 기반이 되며, 인터넷전화는 초고속인터넷의 보급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즉, 우리나라는 인터넷전화 서비스가 확산되기에 더 없이 좋은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인터넷전화 시장은 1세대 인터넷전화인 다이얼패드의 몰락과 초고속인터넷 망을 확보하고 있는 기간통신업체의 소극적인 인터넷전화 사업으로 기나긴 정체기를 보내야 했다.
이에 정부는 인터넷전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을 강구해 왔으며, 드디어 올해 기존의 유선전화 번호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PSTN 전화가 인터넷전화로 빠르게 대체될 것으로 예상돼 유선전화 업계가 술렁인다.
인터넷전화의 양날개, 경제성과 이동성
일부에서 인터넷전화와 VoIP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VoIP번호이동성 제도’도 엄밀히 따지면 틀린 표현이며,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옳다.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란 아날로그 음성을 IP 패킷화해 패킷 전송망인 인터넷을 통해 음성을 주고받는 기술의 통칭이다. 기존의 음성 서비스가 PSTN을 통해 전송되는 것과 달리, VoIP는 게이트웨이에서 음성 신호를 표준 규격에 맞게 압축해 상대 게이트웨이로 전송함으로써 음성 통화를 제공한다.
즉, 인터넷전화는 VoIP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솔루션 중 하나다.
인터넷전화의 최대 장점은 저렴한 요금이다. 현재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시내ㆍ시외 단일 요금제와 자사 가입자 간 무료통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인터넷전화가 인터넷 망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망은 유선 망과 달리 시내와 시외 간 구분이 없기 때문에, 전국 단일 요금제가 가능하다. 자사 인터넷전화 가입자 간 무료통화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이유 역시 자사 인터넷 망 내부에서만 발생하는 통화는 타사 간 교환기 접속료가 발생하지 않아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인터넷전화는 통합 망을 구성함으로써 회선 교환망보다 효율적으로 망을 관리할 수 있으며, 이미 구축된 라우터, 스위치 등의 인터넷 장비를 활용함으로써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인터넷전화의 또 다른 장점은 기술적인 측면으로 이동성을 꼽을 수 있다. 초고속인터넷이 되는 어느 곳에서든지 인터넷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 휴대폰만큼 이동이 자유롭지는 않지만, PC방이든 출장 중이든 자신의 인터넷전화 단말을 초고속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위치에 상관없이 070이라는 단일번호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이는 시내ㆍ시외 단일요금체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한 인터넷전화는 PSTN에 비해 대역폭이 넓은 초고속인터넷망을 이용하므로,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통합해 영상통화 등 다양한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 따라서 신규 서비스를 개발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1세대 인터넷전화가 남긴 음성 품질이 낮다는 인식은 인터넷전화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꽤 오랜 시간 작용했지만, 오늘날 인터넷전화 품질은 PSTN 전화 품질과 차이를 느낄 수 없을 만큼 향상됐다.
코덱에 의해 음성을 디지털화할 때 음성 품질을 정량적으로 통계화해 평가한 수치인 MOS(Mean Opinion Score) 평가에 따르면, 인터넷전화 통화 품질 기준치는 3.6 이상이다. 이와 비교해 기존의 PSTN 전화는 4.0 이상이며, 이동전화는 별도 기준치가 없고 평균 3.6~3.9 정도 수준으로 평가된다. MOS는 최저 MOS 1에서 최고 MOS 5 범위를 갖으며, 사람들이 직접 음성을 청취하고 음성 품질을 평가한 값이다.
또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지난 3월 발표한 ‘한국케이블텔레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서비스 품질 시험 성적서’에 따르면, 한국케이블텔레콤의 인터넷전화의 통화 품질은 PSTN 전화에 버금가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표 1)의 R 값은 ITU 표준 음성품질 측정 값으로 음성의 명료도, 잡음 정도, 에코 등 20개 매개 변수를 이용해 측정하며, MOS 최고값인 5.0은 R 값의 100에 해당한다.
오랜 침체기를 걸어온 인터넷전화
인터넷전화는 2000년 국내에 처음 등장했다.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로 포문을 연 1세대 인터넷전화는 통화 요금이 무료라는 장점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통화 끊김 현상과 낮은 음성 품질로 쓴 맛을 봐야 했다.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수많은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동반 몰락했으며, ‘인터넷전화는 음성품질이 낮다’는 인식을 뿌리 깊게 남겨놓고 1세대 인터넷 전화는 물러났다.
국내 인터넷전화 시장은 꽤 오랜 시간 1세대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2005년 기간역무를 제정해 KT 등 7개 업체가 기간 사업자로 인가받았으며, 인터넷전화 식별번호로 070을 부여했다. 그러나 대중의 인지도 부족과 시장 잠식을 우려한 시내전화 사업자의 견제 속에서 인터넷전화 시장은 더딘 성장세를 보여왔다.
인터넷전화 시장의 포문을 열고 이 시장을 이끌어 온 것은 별정통신업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인터넷전화(VoIP) 시장의 국내외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06년 9월 현재 38개 인터넷전화 업체는 회선 수를 기준으로 약 88만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보고서의 사업자별 분류에 따른 가입자 수 현황 분석에 따르면, (표 2)와 같이 인터넷전화 시장은 별정통신업체가 주도했음을 알 수 있다.
별정통신업체의 가입자 수는 전체 가입자의 92.2%를 차지하는 약 81만 명, 기간통신업체의 가입자 수는 7.8%로 약 7만 명으로 집계됐다. 개인 가입자의 98.2%가 별정통신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한 반면, 기간통신업체의 경우 가입자 중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90.6%에 달했다.
서비스 유형별로는 070 서비스 가입자가 10만 명, 발신용 전화서비스의 가입자가 78만 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개인 시장에서 070 서비스 활성화가 매우 미흡한 실정이었다. 이는 착신번호 부여에 의한 서비스 활성화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인터넷전화 시장의 매출액은 2006년 말 약 1179억 원의 시장 규모로 파악됐다. 같은 해 시내전화 시장의 매출액이 약 4조 979억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초기 시장으로, 인터넷전화에 대한 인식률이 낮은 실정이었다. 인터넷전화 시장의 매출액과 요금 수익 규모는 가입자의 증가와 정부의 인터넷 활성화 정책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전화의 활성화 조건
인터넷전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요구된다.
첫째는 요금 경쟁력이다. 이는 인터넷전화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잠점이다.
두 번째 조건으로는 대형 통신업체의 의지가 꼽힌다. 미국의 경우 대형 통신업체들이 인터넷전화 사업을 이끌어 왔으며, 케이블업체들이 PSTN 방식의 시내전화에 대응하기 위해 초고속인터넷 사업과 함께 인터넷전화 사업을 추진했다. 일본은 야후BB가 인터넷전화 가입자 500만 명 이상을 확보했으며, 스카이프에 대항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를 맺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의 경우, 유선 망을 갖고 있는 기간통신업체나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하고 있는 케이블업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인터넷전화 사업을 추진하느냐에 인터넷전화 활성화의 성패가 달려있다.
그러나 시내전화 시장의 90%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KT와 10% 시장을 점유한 하나로텔레콤 등의 기간통신업체로서는 시내전화의 대체제인 인터넷전화가 달가울 리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인터넷전화 시장은 별정통신업체에 의해 더디게 견인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LG데이콤이 가정용 인터넷전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인터넷전화 시장은 전환기를 맞이했다. 지난해 LG데이콤이 ‘myLG070’이라는 가정용 인터넷전화 서비스 출시와 함께 대대적인 TV 광고와 마케팅을 펼치면서, 인터넷전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률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MSO들이 케이블 망을 통해 인터넷전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한국케이블텔레콤을 공동 출자하고, 지난해 인터넷전화 사업을 시작했다. 케이블 업체들은 전국적으로 초고속인터넷 개인 가입자 기반을 확보하고 있어, 인터넷전화 사업의 성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마지막 인터넷전화 활성화 조건은 번호다. 인터넷전화의 식별번호인 070은 060과 착각, 스팸전화로 인식해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 번호가 시장 확대의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이에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시내전화번호 그대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을 요구했으며, 정부가 이를 수용해 오는 7월 ‘VoIP번호이동성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저렴한 요금과 대형 통신업체의 의지, 번호, 이 3가지 조건이 모두 갖춰지면 인터넷전화는 또 한 번의 전환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전화, PSTN 전화의 진정한 대체제로 거듭난다
본격적인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지난해 12월 27일 서울을 제외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6개 도시를 대상으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시범서비스를 개시했다.
시범서비스는 기존 PSTN 번호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하기를 원하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시범서비스를 진행한 인터넷전화 업체는 070 번호를 부여받은 11개 업체로, 기간인 KT,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 세종텔레콤, 드림라인, SK네트웍스, SK텔링크, 온세텔레콤, 한국케이블텔레콤(KCT)와 별정인 삼성네트웍스, CCM프라자다.
시범서비스 기간 동안 KT의 교환기를 중심으로 10여 개 업체의 교환기가 연결돼, 호가 잘 소통되는지, SMS가 전송되는지, 컬러링 등의 부가서비스가 제대로 연동되는지, 번호이동 처리가 원활히 잘 이뤄지는지 등 세부적인 사항들을 검토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드러난 몇 가지 문제점들은 인터넷전화 고시에 일부 반영됐으며,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는 고시 제정을 마치고 규제개혁위원회를 거쳐 오는 7월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시내전화와 인터넷전화 간의 번호이동제도는 070 번호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해 가입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지금까지는 인터넷전화가 시내전화의 보완제로 일부 작용했다. 통신업체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LG데이콤이 인터넷전화 50만 가입자를 유치했지만 이들 가입자의 대부분은 기존에 사용하던 PSTN 전화를 유지한 채 인터넷전화를 함께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KT로서는 실제로 시내전화 사업에 별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번호이동성 제도가 시작되면, 인터넷전화 가입자들은 기존의 시내전화 번호를 유지한 채 인터넷전화를 사용하고, 기존의 PSTN 전화를 해지하게 된다. 즉, 인터넷전화가 PSTN 전화의 보완제에서 대체제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
이러한 인터넷전화의 특성 때문에 최근 시내전화 요금 인하가 줄을 잇고 있다. 기존 시내전화 사업자들이 기존 가입자를 지키기 위한 요금제를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기간통신업체 3사는 시내ㆍ시외 단일요금제를 출시했으며, 특히 KT는 최근 ‘통화당 무제한 요금’이라는 파격적인 PSTN 시내전화 요금제를 내놨다. 이는 월 3000원의 추가 요금으로 전국 어디를 걸든 시간에 관계없이 한 통화에 39원인 요금제다.
번호이동제도, 전국 단일 통화권화의 ‘기폭제’
일부에서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국내의 번호 정책과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동전화는 010으로 번호가 통합되고 있는데 유선전화도 앞으로 지역번호를 없애고 070으로 통합돼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단견이라고 인터넷전화 정책을 연구하는 한 전문가는 지적했다. 전문가는 “전국통합번호 도입의 전제 조건은 전국의 단일통화권화”라고 말했다. 지역 구분이 없는 이동전화 요금 체계와 달리, 유선전화 요금은 시내와 시외별로 다른 요금이 부과된다. 따라서 지역을 구분하기 위해 시내전화번호에 지역번호가 붙는 것이며, 이런 상황에서 지역번호를 없앤 전국통합번호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게다가 역설적으로 번호이동성 제도가 단일 통화권화를 향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인터넷전화에 대한 기존 PSTN 전화 업체의 시장 방어가 본격화돼, 유선전화 3사가 시내ㆍ시외 단일요금제를 내놨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의 첫 성과로 PSTN 시외전화 요금 인하라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시내전화 요금은 한계까지 내려가 더 이상 가격을 내릴 여지가 없는 실정이므로 시외전화 요금을 인하한 것으로 풀이된다.
PSTN 전화의 시내ㆍ시외 단일요금은 요금부터 시작되는 전국의 단일 통화권화라는데 의미가 있다. 즉, 이런 요금제가 보다 확산되면 PSTN 전화든 인터넷전화든 39원/3분이 일반화될 수 있으며, 이는 이동전화처럼 전화를 거는 위치에 관계없이 요금이 동일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국적으로 유선전화 번호 체계를 다시 조정할 수 있다. 시내와 시외 간 요금이 동일해지면 통화권의 의미가 없어, 지역번호를 누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전국 단일 통화권화의 ‘기폭제’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한 환경이 얼마나 무르익고, 업체의 저항이 얼마나 되고, 번호가 얼마나 부족한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내 VoIP 시장 연평균 53% 성장 기대돼
한국IDC는 최근 ‘2007-2011 국내 VoIP 서비스 및 장비 시장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VoIP 서비스 시장은 2006년 약 1677억 원에서 2007년 2552억 원 규모로 확대됐으며, 향후 5년간 연평균 53%로 성장해 2011년에는 약 1조 4190억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IDC 김영욱 연구원은 “현재까지 인터넷전화 시장은 별정통신업체를 중심으로 기업용 서비스 위주로 성장했지만, 향후에는 대형 사업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가정용 서비스 시장의 성장률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화의 부상으로 유선통신 시장이 재조명받고 있다. ‘라스트 원마일(Last One Mile)’은 이제 ‘퍼스트 원마일(First One Mile)’로 트렌트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오랜 시간 괄시받아 오던 유선통신 시장의 라스트 원마일을 누가 더 많이 가져와 커버리지를 확보하느냐가 점점 더 중요시되고 있다. IPTV와 TPS(Triple Play Service) 등의 결합상품도 유선통신 시장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본격 지각 변동이 일어날 유선통신 시장의 판도에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 온더넷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오는 7월 시행될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인터넷전화가 본격 활성화될 전망이다. 지난 2000년 컴퓨터 상의 ‘다이얼패드’로 첫 선을 보인 인터넷전화는 품질과 서비스를 갈고 닦아, 저렴한 요금과 이동성이라는 강점을 내세워 기존의 PSTN 전화를 위협하고 있다. 인터넷전화가 걸어온 자취와 번호이동성 제도가 유선전화 시장에 미치는 진정한 의미를 짚어본다.
이수진 기자
인터넷전화는 IP 망인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망과 백본 망 설비를 이용한 전화 서비스다. 따라서 초고속인터넷 망은 인터넷전화의 실질적인 기반이 되며, 인터넷전화는 초고속인터넷의 보급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즉, 우리나라는 인터넷전화 서비스가 확산되기에 더 없이 좋은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인터넷전화 시장은 1세대 인터넷전화인 다이얼패드의 몰락과 초고속인터넷 망을 확보하고 있는 기간통신업체의 소극적인 인터넷전화 사업으로 기나긴 정체기를 보내야 했다.
이에 정부는 인터넷전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을 강구해 왔으며, 드디어 올해 기존의 유선전화 번호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PSTN 전화가 인터넷전화로 빠르게 대체될 것으로 예상돼 유선전화 업계가 술렁인다.
인터넷전화의 양날개, 경제성과 이동성
일부에서 인터넷전화와 VoIP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VoIP번호이동성 제도’도 엄밀히 따지면 틀린 표현이며,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옳다.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란 아날로그 음성을 IP 패킷화해 패킷 전송망인 인터넷을 통해 음성을 주고받는 기술의 통칭이다. 기존의 음성 서비스가 PSTN을 통해 전송되는 것과 달리, VoIP는 게이트웨이에서 음성 신호를 표준 규격에 맞게 압축해 상대 게이트웨이로 전송함으로써 음성 통화를 제공한다.
즉, 인터넷전화는 VoIP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솔루션 중 하나다.
인터넷전화의 최대 장점은 저렴한 요금이다. 현재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시내ㆍ시외 단일 요금제와 자사 가입자 간 무료통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인터넷전화가 인터넷 망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망은 유선 망과 달리 시내와 시외 간 구분이 없기 때문에, 전국 단일 요금제가 가능하다. 자사 인터넷전화 가입자 간 무료통화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이유 역시 자사 인터넷 망 내부에서만 발생하는 통화는 타사 간 교환기 접속료가 발생하지 않아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인터넷전화는 통합 망을 구성함으로써 회선 교환망보다 효율적으로 망을 관리할 수 있으며, 이미 구축된 라우터, 스위치 등의 인터넷 장비를 활용함으로써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인터넷전화의 또 다른 장점은 기술적인 측면으로 이동성을 꼽을 수 있다. 초고속인터넷이 되는 어느 곳에서든지 인터넷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 휴대폰만큼 이동이 자유롭지는 않지만, PC방이든 출장 중이든 자신의 인터넷전화 단말을 초고속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위치에 상관없이 070이라는 단일번호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이는 시내ㆍ시외 단일요금체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한 인터넷전화는 PSTN에 비해 대역폭이 넓은 초고속인터넷망을 이용하므로,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통합해 영상통화 등 다양한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 따라서 신규 서비스를 개발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1세대 인터넷전화가 남긴 음성 품질이 낮다는 인식은 인터넷전화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꽤 오랜 시간 작용했지만, 오늘날 인터넷전화 품질은 PSTN 전화 품질과 차이를 느낄 수 없을 만큼 향상됐다.
코덱에 의해 음성을 디지털화할 때 음성 품질을 정량적으로 통계화해 평가한 수치인 MOS(Mean Opinion Score) 평가에 따르면, 인터넷전화 통화 품질 기준치는 3.6 이상이다. 이와 비교해 기존의 PSTN 전화는 4.0 이상이며, 이동전화는 별도 기준치가 없고 평균 3.6~3.9 정도 수준으로 평가된다. MOS는 최저 MOS 1에서 최고 MOS 5 범위를 갖으며, 사람들이 직접 음성을 청취하고 음성 품질을 평가한 값이다.
또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지난 3월 발표한 ‘한국케이블텔레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서비스 품질 시험 성적서’에 따르면, 한국케이블텔레콤의 인터넷전화의 통화 품질은 PSTN 전화에 버금가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표 1)의 R 값은 ITU 표준 음성품질 측정 값으로 음성의 명료도, 잡음 정도, 에코 등 20개 매개 변수를 이용해 측정하며, MOS 최고값인 5.0은 R 값의 100에 해당한다.
오랜 침체기를 걸어온 인터넷전화
인터넷전화는 2000년 국내에 처음 등장했다.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로 포문을 연 1세대 인터넷전화는 통화 요금이 무료라는 장점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통화 끊김 현상과 낮은 음성 품질로 쓴 맛을 봐야 했다.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수많은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동반 몰락했으며, ‘인터넷전화는 음성품질이 낮다’는 인식을 뿌리 깊게 남겨놓고 1세대 인터넷 전화는 물러났다.
국내 인터넷전화 시장은 꽤 오랜 시간 1세대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2005년 기간역무를 제정해 KT 등 7개 업체가 기간 사업자로 인가받았으며, 인터넷전화 식별번호로 070을 부여했다. 그러나 대중의 인지도 부족과 시장 잠식을 우려한 시내전화 사업자의 견제 속에서 인터넷전화 시장은 더딘 성장세를 보여왔다.
인터넷전화 시장의 포문을 열고 이 시장을 이끌어 온 것은 별정통신업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인터넷전화(VoIP) 시장의 국내외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06년 9월 현재 38개 인터넷전화 업체는 회선 수를 기준으로 약 88만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보고서의 사업자별 분류에 따른 가입자 수 현황 분석에 따르면, (표 2)와 같이 인터넷전화 시장은 별정통신업체가 주도했음을 알 수 있다.
별정통신업체의 가입자 수는 전체 가입자의 92.2%를 차지하는 약 81만 명, 기간통신업체의 가입자 수는 7.8%로 약 7만 명으로 집계됐다. 개인 가입자의 98.2%가 별정통신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한 반면, 기간통신업체의 경우 가입자 중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90.6%에 달했다.
서비스 유형별로는 070 서비스 가입자가 10만 명, 발신용 전화서비스의 가입자가 78만 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개인 시장에서 070 서비스 활성화가 매우 미흡한 실정이었다. 이는 착신번호 부여에 의한 서비스 활성화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인터넷전화 시장의 매출액은 2006년 말 약 1179억 원의 시장 규모로 파악됐다. 같은 해 시내전화 시장의 매출액이 약 4조 979억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초기 시장으로, 인터넷전화에 대한 인식률이 낮은 실정이었다. 인터넷전화 시장의 매출액과 요금 수익 규모는 가입자의 증가와 정부의 인터넷 활성화 정책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전화의 활성화 조건
인터넷전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요구된다.
첫째는 요금 경쟁력이다. 이는 인터넷전화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잠점이다.
두 번째 조건으로는 대형 통신업체의 의지가 꼽힌다. 미국의 경우 대형 통신업체들이 인터넷전화 사업을 이끌어 왔으며, 케이블업체들이 PSTN 방식의 시내전화에 대응하기 위해 초고속인터넷 사업과 함께 인터넷전화 사업을 추진했다. 일본은 야후BB가 인터넷전화 가입자 500만 명 이상을 확보했으며, 스카이프에 대항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를 맺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의 경우, 유선 망을 갖고 있는 기간통신업체나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하고 있는 케이블업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인터넷전화 사업을 추진하느냐에 인터넷전화 활성화의 성패가 달려있다.
그러나 시내전화 시장의 90%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KT와 10% 시장을 점유한 하나로텔레콤 등의 기간통신업체로서는 시내전화의 대체제인 인터넷전화가 달가울 리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인터넷전화 시장은 별정통신업체에 의해 더디게 견인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LG데이콤이 가정용 인터넷전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인터넷전화 시장은 전환기를 맞이했다. 지난해 LG데이콤이 ‘myLG070’이라는 가정용 인터넷전화 서비스 출시와 함께 대대적인 TV 광고와 마케팅을 펼치면서, 인터넷전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률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MSO들이 케이블 망을 통해 인터넷전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한국케이블텔레콤을 공동 출자하고, 지난해 인터넷전화 사업을 시작했다. 케이블 업체들은 전국적으로 초고속인터넷 개인 가입자 기반을 확보하고 있어, 인터넷전화 사업의 성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마지막 인터넷전화 활성화 조건은 번호다. 인터넷전화의 식별번호인 070은 060과 착각, 스팸전화로 인식해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 번호가 시장 확대의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이에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시내전화번호 그대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을 요구했으며, 정부가 이를 수용해 오는 7월 ‘VoIP번호이동성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저렴한 요금과 대형 통신업체의 의지, 번호, 이 3가지 조건이 모두 갖춰지면 인터넷전화는 또 한 번의 전환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전화, PSTN 전화의 진정한 대체제로 거듭난다
본격적인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지난해 12월 27일 서울을 제외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6개 도시를 대상으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시범서비스를 개시했다.
시범서비스는 기존 PSTN 번호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하기를 원하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시범서비스를 진행한 인터넷전화 업체는 070 번호를 부여받은 11개 업체로, 기간인 KT,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 세종텔레콤, 드림라인, SK네트웍스, SK텔링크, 온세텔레콤, 한국케이블텔레콤(KCT)와 별정인 삼성네트웍스, CCM프라자다.
시범서비스 기간 동안 KT의 교환기를 중심으로 10여 개 업체의 교환기가 연결돼, 호가 잘 소통되는지, SMS가 전송되는지, 컬러링 등의 부가서비스가 제대로 연동되는지, 번호이동 처리가 원활히 잘 이뤄지는지 등 세부적인 사항들을 검토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드러난 몇 가지 문제점들은 인터넷전화 고시에 일부 반영됐으며,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는 고시 제정을 마치고 규제개혁위원회를 거쳐 오는 7월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시내전화와 인터넷전화 간의 번호이동제도는 070 번호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해 가입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지금까지는 인터넷전화가 시내전화의 보완제로 일부 작용했다. 통신업체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LG데이콤이 인터넷전화 50만 가입자를 유치했지만 이들 가입자의 대부분은 기존에 사용하던 PSTN 전화를 유지한 채 인터넷전화를 함께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KT로서는 실제로 시내전화 사업에 별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번호이동성 제도가 시작되면, 인터넷전화 가입자들은 기존의 시내전화 번호를 유지한 채 인터넷전화를 사용하고, 기존의 PSTN 전화를 해지하게 된다. 즉, 인터넷전화가 PSTN 전화의 보완제에서 대체제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
이러한 인터넷전화의 특성 때문에 최근 시내전화 요금 인하가 줄을 잇고 있다. 기존 시내전화 사업자들이 기존 가입자를 지키기 위한 요금제를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기간통신업체 3사는 시내ㆍ시외 단일요금제를 출시했으며, 특히 KT는 최근 ‘통화당 무제한 요금’이라는 파격적인 PSTN 시내전화 요금제를 내놨다. 이는 월 3000원의 추가 요금으로 전국 어디를 걸든 시간에 관계없이 한 통화에 39원인 요금제다.
번호이동제도, 전국 단일 통화권화의 ‘기폭제’
일부에서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국내의 번호 정책과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동전화는 010으로 번호가 통합되고 있는데 유선전화도 앞으로 지역번호를 없애고 070으로 통합돼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단견이라고 인터넷전화 정책을 연구하는 한 전문가는 지적했다. 전문가는 “전국통합번호 도입의 전제 조건은 전국의 단일통화권화”라고 말했다. 지역 구분이 없는 이동전화 요금 체계와 달리, 유선전화 요금은 시내와 시외별로 다른 요금이 부과된다. 따라서 지역을 구분하기 위해 시내전화번호에 지역번호가 붙는 것이며, 이런 상황에서 지역번호를 없앤 전국통합번호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게다가 역설적으로 번호이동성 제도가 단일 통화권화를 향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인터넷전화에 대한 기존 PSTN 전화 업체의 시장 방어가 본격화돼, 유선전화 3사가 시내ㆍ시외 단일요금제를 내놨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의 첫 성과로 PSTN 시외전화 요금 인하라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시내전화 요금은 한계까지 내려가 더 이상 가격을 내릴 여지가 없는 실정이므로 시외전화 요금을 인하한 것으로 풀이된다.
PSTN 전화의 시내ㆍ시외 단일요금은 요금부터 시작되는 전국의 단일 통화권화라는데 의미가 있다. 즉, 이런 요금제가 보다 확산되면 PSTN 전화든 인터넷전화든 39원/3분이 일반화될 수 있으며, 이는 이동전화처럼 전화를 거는 위치에 관계없이 요금이 동일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국적으로 유선전화 번호 체계를 다시 조정할 수 있다. 시내와 시외 간 요금이 동일해지면 통화권의 의미가 없어, 지역번호를 누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전국 단일 통화권화의 ‘기폭제’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한 환경이 얼마나 무르익고, 업체의 저항이 얼마나 되고, 번호가 얼마나 부족한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내 VoIP 시장 연평균 53% 성장 기대돼
한국IDC는 최근 ‘2007-2011 국내 VoIP 서비스 및 장비 시장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VoIP 서비스 시장은 2006년 약 1677억 원에서 2007년 2552억 원 규모로 확대됐으며, 향후 5년간 연평균 53%로 성장해 2011년에는 약 1조 4190억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IDC 김영욱 연구원은 “현재까지 인터넷전화 시장은 별정통신업체를 중심으로 기업용 서비스 위주로 성장했지만, 향후에는 대형 사업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가정용 서비스 시장의 성장률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화의 부상으로 유선통신 시장이 재조명받고 있다. ‘라스트 원마일(Last One Mile)’은 이제 ‘퍼스트 원마일(First One Mile)’로 트렌트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오랜 시간 괄시받아 오던 유선통신 시장의 라스트 원마일을 누가 더 많이 가져와 커버리지를 확보하느냐가 점점 더 중요시되고 있다. IPTV와 TPS(Triple Play Service) 등의 결합상품도 유선통신 시장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본격 지각 변동이 일어날 유선통신 시장의 판도에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 온더넷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오는 7월 시행될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인터넷전화가 본격 활성화될 전망이다. 지난 2000년 컴퓨터 상의 ‘다이얼패드’로 첫 선을 보인 인터넷전화는 품질과 서비스를 갈고 닦아, 저렴한 요금과 이동성이라는 강점을 내세워 기존의 PSTN 전화를 위협하고 있다. 인터넷전화가 걸어온 자취와 번호이동성 제도가 유선전화 시장에 미치는 진정한 의미를 짚어본다.
이수진 기자
인터넷전화는 IP 망인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망과 백본 망 설비를 이용한 전화 서비스다. 따라서 초고속인터넷 망은 인터넷전화의 실질적인 기반이 되며, 인터넷전화는 초고속인터넷의 보급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즉, 우리나라는 인터넷전화 서비스가 확산되기에 더 없이 좋은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인터넷전화 시장은 1세대 인터넷전화인 다이얼패드의 몰락과 초고속인터넷 망을 확보하고 있는 기간통신업체의 소극적인 인터넷전화 사업으로 기나긴 정체기를 보내야 했다.
이에 정부는 인터넷전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을 강구해 왔으며, 드디어 올해 기존의 유선전화 번호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PSTN 전화가 인터넷전화로 빠르게 대체될 것으로 예상돼 유선전화 업계가 술렁인다.
인터넷전화의 양날개, 경제성과 이동성
일부에서 인터넷전화와 VoIP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VoIP번호이동성 제도’도 엄밀히 따지면 틀린 표현이며,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옳다.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란 아날로그 음성을 IP 패킷화해 패킷 전송망인 인터넷을 통해 음성을 주고받는 기술의 통칭이다. 기존의 음성 서비스가 PSTN을 통해 전송되는 것과 달리, VoIP는 게이트웨이에서 음성 신호를 표준 규격에 맞게 압축해 상대 게이트웨이로 전송함으로써 음성 통화를 제공한다.
즉, 인터넷전화는 VoIP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솔루션 중 하나다.
인터넷전화의 최대 장점은 저렴한 요금이다. 현재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시내ㆍ시외 단일 요금제와 자사 가입자 간 무료통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인터넷전화가 인터넷 망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망은 유선 망과 달리 시내와 시외 간 구분이 없기 때문에, 전국 단일 요금제가 가능하다. 자사 인터넷전화 가입자 간 무료통화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이유 역시 자사 인터넷 망 내부에서만 발생하는 통화는 타사 간 교환기 접속료가 발생하지 않아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인터넷전화는 통합 망을 구성함으로써 회선 교환망보다 효율적으로 망을 관리할 수 있으며, 이미 구축된 라우터, 스위치 등의 인터넷 장비를 활용함으로써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인터넷전화의 또 다른 장점은 기술적인 측면으로 이동성을 꼽을 수 있다. 초고속인터넷이 되는 어느 곳에서든지 인터넷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 휴대폰만큼 이동이 자유롭지는 않지만, PC방이든 출장 중이든 자신의 인터넷전화 단말을 초고속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위치에 상관없이 070이라는 단일번호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이는 시내ㆍ시외 단일요금체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한 인터넷전화는 PSTN에 비해 대역폭이 넓은 초고속인터넷망을 이용하므로,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통합해 영상통화 등 다양한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 따라서 신규 서비스를 개발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1세대 인터넷전화가 남긴 음성 품질이 낮다는 인식은 인터넷전화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꽤 오랜 시간 작용했지만, 오늘날 인터넷전화 품질은 PSTN 전화 품질과 차이를 느낄 수 없을 만큼 향상됐다.
코덱에 의해 음성을 디지털화할 때 음성 품질을 정량적으로 통계화해 평가한 수치인 MOS(Mean Opinion Score) 평가에 따르면, 인터넷전화 통화 품질 기준치는 3.6 이상이다. 이와 비교해 기존의 PSTN 전화는 4.0 이상이며, 이동전화는 별도 기준치가 없고 평균 3.6~3.9 정도 수준으로 평가된다. MOS는 최저 MOS 1에서 최고 MOS 5 범위를 갖으며, 사람들이 직접 음성을 청취하고 음성 품질을 평가한 값이다.
또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지난 3월 발표한 ‘한국케이블텔레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서비스 품질 시험 성적서’에 따르면, 한국케이블텔레콤의 인터넷전화의 통화 품질은 PSTN 전화에 버금가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표 1)의 R 값은 ITU 표준 음성품질 측정 값으로 음성의 명료도, 잡음 정도, 에코 등 20개 매개 변수를 이용해 측정하며, MOS 최고값인 5.0은 R 값의 100에 해당한다.
오랜 침체기를 걸어온 인터넷전화
인터넷전화는 2000년 국내에 처음 등장했다.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로 포문을 연 1세대 인터넷전화는 통화 요금이 무료라는 장점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통화 끊김 현상과 낮은 음성 품질로 쓴 맛을 봐야 했다.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수많은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동반 몰락했으며, ‘인터넷전화는 음성품질이 낮다’는 인식을 뿌리 깊게 남겨놓고 1세대 인터넷 전화는 물러났다.
국내 인터넷전화 시장은 꽤 오랜 시간 1세대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2005년 기간역무를 제정해 KT 등 7개 업체가 기간 사업자로 인가받았으며, 인터넷전화 식별번호로 070을 부여했다. 그러나 대중의 인지도 부족과 시장 잠식을 우려한 시내전화 사업자의 견제 속에서 인터넷전화 시장은 더딘 성장세를 보여왔다.
인터넷전화 시장의 포문을 열고 이 시장을 이끌어 온 것은 별정통신업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인터넷전화(VoIP) 시장의 국내외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06년 9월 현재 38개 인터넷전화 업체는 회선 수를 기준으로 약 88만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보고서의 사업자별 분류에 따른 가입자 수 현황 분석에 따르면, (표 2)와 같이 인터넷전화 시장은 별정통신업체가 주도했음을 알 수 있다.
별정통신업체의 가입자 수는 전체 가입자의 92.2%를 차지하는 약 81만 명, 기간통신업체의 가입자 수는 7.8%로 약 7만 명으로 집계됐다. 개인 가입자의 98.2%가 별정통신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한 반면, 기간통신업체의 경우 가입자 중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90.6%에 달했다.
서비스 유형별로는 070 서비스 가입자가 10만 명, 발신용 전화서비스의 가입자가 78만 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개인 시장에서 070 서비스 활성화가 매우 미흡한 실정이었다. 이는 착신번호 부여에 의한 서비스 활성화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인터넷전화 시장의 매출액은 2006년 말 약 1179억 원의 시장 규모로 파악됐다. 같은 해 시내전화 시장의 매출액이 약 4조 979억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초기 시장으로, 인터넷전화에 대한 인식률이 낮은 실정이었다. 인터넷전화 시장의 매출액과 요금 수익 규모는 가입자의 증가와 정부의 인터넷 활성화 정책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전화의 활성화 조건
인터넷전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요구된다.
첫째는 요금 경쟁력이다. 이는 인터넷전화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잠점이다.
두 번째 조건으로는 대형 통신업체의 의지가 꼽힌다. 미국의 경우 대형 통신업체들이 인터넷전화 사업을 이끌어 왔으며, 케이블업체들이 PSTN 방식의 시내전화에 대응하기 위해 초고속인터넷 사업과 함께 인터넷전화 사업을 추진했다. 일본은 야후BB가 인터넷전화 가입자 500만 명 이상을 확보했으며, 스카이프에 대항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를 맺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의 경우, 유선 망을 갖고 있는 기간통신업체나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하고 있는 케이블업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인터넷전화 사업을 추진하느냐에 인터넷전화 활성화의 성패가 달려있다.
그러나 시내전화 시장의 90%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KT와 10% 시장을 점유한 하나로텔레콤 등의 기간통신업체로서는 시내전화의 대체제인 인터넷전화가 달가울 리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인터넷전화 시장은 별정통신업체에 의해 더디게 견인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LG데이콤이 가정용 인터넷전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인터넷전화 시장은 전환기를 맞이했다. 지난해 LG데이콤이 ‘myLG070’이라는 가정용 인터넷전화 서비스 출시와 함께 대대적인 TV 광고와 마케팅을 펼치면서, 인터넷전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률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MSO들이 케이블 망을 통해 인터넷전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한국케이블텔레콤을 공동 출자하고, 지난해 인터넷전화 사업을 시작했다. 케이블 업체들은 전국적으로 초고속인터넷 개인 가입자 기반을 확보하고 있어, 인터넷전화 사업의 성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마지막 인터넷전화 활성화 조건은 번호다. 인터넷전화의 식별번호인 070은 060과 착각, 스팸전화로 인식해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 번호가 시장 확대의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이에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시내전화번호 그대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을 요구했으며, 정부가 이를 수용해 오는 7월 ‘VoIP번호이동성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저렴한 요금과 대형 통신업체의 의지, 번호, 이 3가지 조건이 모두 갖춰지면 인터넷전화는 또 한 번의 전환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전화, PSTN 전화의 진정한 대체제로 거듭난다
본격적인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지난해 12월 27일 서울을 제외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6개 도시를 대상으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시범서비스를 개시했다.
시범서비스는 기존 PSTN 번호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하기를 원하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시범서비스를 진행한 인터넷전화 업체는 070 번호를 부여받은 11개 업체로, 기간인 KT,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 세종텔레콤, 드림라인, SK네트웍스, SK텔링크, 온세텔레콤, 한국케이블텔레콤(KCT)와 별정인 삼성네트웍스, CCM프라자다.
시범서비스 기간 동안 KT의 교환기를 중심으로 10여 개 업체의 교환기가 연결돼, 호가 잘 소통되는지, SMS가 전송되는지, 컬러링 등의 부가서비스가 제대로 연동되는지, 번호이동 처리가 원활히 잘 이뤄지는지 등 세부적인 사항들을 검토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드러난 몇 가지 문제점들은 인터넷전화 고시에 일부 반영됐으며,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는 고시 제정을 마치고 규제개혁위원회를 거쳐 오는 7월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시내전화와 인터넷전화 간의 번호이동제도는 070 번호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해 가입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지금까지는 인터넷전화가 시내전화의 보완제로 일부 작용했다. 통신업체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LG데이콤이 인터넷전화 50만 가입자를 유치했지만 이들 가입자의 대부분은 기존에 사용하던 PSTN 전화를 유지한 채 인터넷전화를 함께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KT로서는 실제로 시내전화 사업에 별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번호이동성 제도가 시작되면, 인터넷전화 가입자들은 기존의 시내전화 번호를 유지한 채 인터넷전화를 사용하고, 기존의 PSTN 전화를 해지하게 된다. 즉, 인터넷전화가 PSTN 전화의 보완제에서 대체제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
이러한 인터넷전화의 특성 때문에 최근 시내전화 요금 인하가 줄을 잇고 있다. 기존 시내전화 사업자들이 기존 가입자를 지키기 위한 요금제를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기간통신업체 3사는 시내ㆍ시외 단일요금제를 출시했으며, 특히 KT는 최근 ‘통화당 무제한 요금’이라는 파격적인 PSTN 시내전화 요금제를 내놨다. 이는 월 3000원의 추가 요금으로 전국 어디를 걸든 시간에 관계없이 한 통화에 39원인 요금제다.
번호이동제도, 전국 단일 통화권화의 ‘기폭제’
일부에서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국내의 번호 정책과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동전화는 010으로 번호가 통합되고 있는데 유선전화도 앞으로 지역번호를 없애고 070으로 통합돼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단견이라고 인터넷전화 정책을 연구하는 한 전문가는 지적했다. 전문가는 “전국통합번호 도입의 전제 조건은 전국의 단일통화권화”라고 말했다. 지역 구분이 없는 이동전화 요금 체계와 달리, 유선전화 요금은 시내와 시외별로 다른 요금이 부과된다. 따라서 지역을 구분하기 위해 시내전화번호에 지역번호가 붙는 것이며, 이런 상황에서 지역번호를 없앤 전국통합번호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게다가 역설적으로 번호이동성 제도가 단일 통화권화를 향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인터넷전화에 대한 기존 PSTN 전화 업체의 시장 방어가 본격화돼, 유선전화 3사가 시내ㆍ시외 단일요금제를 내놨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의 첫 성과로 PSTN 시외전화 요금 인하라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시내전화 요금은 한계까지 내려가 더 이상 가격을 내릴 여지가 없는 실정이므로 시외전화 요금을 인하한 것으로 풀이된다.
PSTN 전화의 시내ㆍ시외 단일요금은 요금부터 시작되는 전국의 단일 통화권화라는데 의미가 있다. 즉, 이런 요금제가 보다 확산되면 PSTN 전화든 인터넷전화든 39원/3분이 일반화될 수 있으며, 이는 이동전화처럼 전화를 거는 위치에 관계없이 요금이 동일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국적으로 유선전화 번호 체계를 다시 조정할 수 있다. 시내와 시외 간 요금이 동일해지면 통화권의 의미가 없어, 지역번호를 누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전국 단일 통화권화의 ‘기폭제’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한 환경이 얼마나 무르익고, 업체의 저항이 얼마나 되고, 번호가 얼마나 부족한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내 VoIP 시장 연평균 53% 성장 기대돼
한국IDC는 최근 ‘2007-2011 국내 VoIP 서비스 및 장비 시장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VoIP 서비스 시장은 2006년 약 1677억 원에서 2007년 2552억 원 규모로 확대됐으며, 향후 5년간 연평균 53%로 성장해 2011년에는 약 1조 4190억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IDC 김영욱 연구원은 “현재까지 인터넷전화 시장은 별정통신업체를 중심으로 기업용 서비스 위주로 성장했지만, 향후에는 대형 사업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가정용 서비스 시장의 성장률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화의 부상으로 유선통신 시장이 재조명받고 있다. ‘라스트 원마일(Last One Mile)’은 이제 ‘퍼스트 원마일(First One Mile)’로 트렌트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오랜 시간 괄시받아 오던 유선통신 시장의 라스트 원마일을 누가 더 많이 가져와 커버리지를 확보하느냐가 점점 더 중요시되고 있다. IPTV와 TPS(Triple Play Service) 등의 결합상품도 유선통신 시장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본격 지각 변동이 일어날 유선통신 시장의 판도에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 온더넷
그러나 국내의 인터넷전화 시장은 1세대 인터넷전화인 다이얼패드의 몰락과 초고속인터넷 망을 확보하고 있는 기간통신업체의 소극적인 인터넷전화 사업으로 기나긴 정체기를 보내야 했다.
이에 정부는 인터넷전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을 강구해 왔으며, 드디어 올해 기존의 유선전화 번호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PSTN 전화가 인터넷전화로 빠르게 대체될 것으로 예상돼 유선전화 업계가 술렁인다.
인터넷전화의 양날개, 경제성과 이동성
일부에서 인터넷전화와 VoIP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VoIP번호이동성 제도’도 엄밀히 따지면 틀린 표현이며,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옳다.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란 아날로그 음성을 IP 패킷화해 패킷 전송망인 인터넷을 통해 음성을 주고받는 기술의 통칭이다. 기존의 음성 서비스가 PSTN을 통해 전송되는 것과 달리, VoIP는 게이트웨이에서 음성 신호를 표준 규격에 맞게 압축해 상대 게이트웨이로 전송함으로써 음성 통화를 제공한다.
즉, 인터넷전화는 VoIP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솔루션 중 하나다.
인터넷전화의 최대 장점은 저렴한 요금이다. 현재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시내ㆍ시외 단일 요금제와 자사 가입자 간 무료통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인터넷전화가 인터넷 망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망은 유선 망과 달리 시내와 시외 간 구분이 없기 때문에, 전국 단일 요금제가 가능하다. 자사 인터넷전화 가입자 간 무료통화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이유 역시 자사 인터넷 망 내부에서만 발생하는 통화는 타사 간 교환기 접속료가 발생하지 않아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인터넷전화는 통합 망을 구성함으로써 회선 교환망보다 효율적으로 망을 관리할 수 있으며, 이미 구축된 라우터, 스위치 등의 인터넷 장비를 활용함으로써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인터넷전화의 또 다른 장점은 기술적인 측면으로 이동성을 꼽을 수 있다. 초고속인터넷이 되는 어느 곳에서든지 인터넷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 휴대폰만큼 이동이 자유롭지는 않지만, PC방이든 출장 중이든 자신의 인터넷전화 단말을 초고속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위치에 상관없이 070이라는 단일번호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이는 시내ㆍ시외 단일요금체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한 인터넷전화는 PSTN에 비해 대역폭이 넓은 초고속인터넷망을 이용하므로,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통합해 영상통화 등 다양한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 따라서 신규 서비스를 개발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1세대 인터넷전화가 남긴 음성 품질이 낮다는 인식은 인터넷전화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꽤 오랜 시간 작용했지만, 오늘날 인터넷전화 품질은 PSTN 전화 품질과 차이를 느낄 수 없을 만큼 향상됐다.
코덱에 의해 음성을 디지털화할 때 음성 품질을 정량적으로 통계화해 평가한 수치인 MOS(Mean Opinion Score) 평가에 따르면, 인터넷전화 통화 품질 기준치는 3.6 이상이다. 이와 비교해 기존의 PSTN 전화는 4.0 이상이며, 이동전화는 별도 기준치가 없고 평균 3.6~3.9 정도 수준으로 평가된다. MOS는 최저 MOS 1에서 최고 MOS 5 범위를 갖으며, 사람들이 직접 음성을 청취하고 음성 품질을 평가한 값이다.
또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지난 3월 발표한 ‘한국케이블텔레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서비스 품질 시험 성적서’에 따르면, 한국케이블텔레콤의 인터넷전화의 통화 품질은 PSTN 전화에 버금가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표 1)의 R 값은 ITU 표준 음성품질 측정 값으로 음성의 명료도, 잡음 정도, 에코 등 20개 매개 변수를 이용해 측정하며, MOS 최고값인 5.0은 R 값의 100에 해당한다.
오랜 침체기를 걸어온 인터넷전화
인터넷전화는 2000년 국내에 처음 등장했다.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로 포문을 연 1세대 인터넷전화는 통화 요금이 무료라는 장점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통화 끊김 현상과 낮은 음성 품질로 쓴 맛을 봐야 했다.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수많은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동반 몰락했으며, ‘인터넷전화는 음성품질이 낮다’는 인식을 뿌리 깊게 남겨놓고 1세대 인터넷 전화는 물러났다.
국내 인터넷전화 시장은 꽤 오랜 시간 1세대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2005년 기간역무를 제정해 KT 등 7개 업체가 기간 사업자로 인가받았으며, 인터넷전화 식별번호로 070을 부여했다. 그러나 대중의 인지도 부족과 시장 잠식을 우려한 시내전화 사업자의 견제 속에서 인터넷전화 시장은 더딘 성장세를 보여왔다.
인터넷전화 시장의 포문을 열고 이 시장을 이끌어 온 것은 별정통신업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인터넷전화(VoIP) 시장의 국내외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06년 9월 현재 38개 인터넷전화 업체는 회선 수를 기준으로 약 88만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보고서의 사업자별 분류에 따른 가입자 수 현황 분석에 따르면, (표 2)와 같이 인터넷전화 시장은 별정통신업체가 주도했음을 알 수 있다.
별정통신업체의 가입자 수는 전체 가입자의 92.2%를 차지하는 약 81만 명, 기간통신업체의 가입자 수는 7.8%로 약 7만 명으로 집계됐다. 개인 가입자의 98.2%가 별정통신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한 반면, 기간통신업체의 경우 가입자 중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90.6%에 달했다.
서비스 유형별로는 070 서비스 가입자가 10만 명, 발신용 전화서비스의 가입자가 78만 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개인 시장에서 070 서비스 활성화가 매우 미흡한 실정이었다. 이는 착신번호 부여에 의한 서비스 활성화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인터넷전화 시장의 매출액은 2006년 말 약 1179억 원의 시장 규모로 파악됐다. 같은 해 시내전화 시장의 매출액이 약 4조 979억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초기 시장으로, 인터넷전화에 대한 인식률이 낮은 실정이었다. 인터넷전화 시장의 매출액과 요금 수익 규모는 가입자의 증가와 정부의 인터넷 활성화 정책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전화의 활성화 조건
인터넷전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요구된다.
첫째는 요금 경쟁력이다. 이는 인터넷전화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잠점이다.
두 번째 조건으로는 대형 통신업체의 의지가 꼽힌다. 미국의 경우 대형 통신업체들이 인터넷전화 사업을 이끌어 왔으며, 케이블업체들이 PSTN 방식의 시내전화에 대응하기 위해 초고속인터넷 사업과 함께 인터넷전화 사업을 추진했다. 일본은 야후BB가 인터넷전화 가입자 500만 명 이상을 확보했으며, 스카이프에 대항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를 맺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의 경우, 유선 망을 갖고 있는 기간통신업체나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하고 있는 케이블업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인터넷전화 사업을 추진하느냐에 인터넷전화 활성화의 성패가 달려있다.
그러나 시내전화 시장의 90%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KT와 10% 시장을 점유한 하나로텔레콤 등의 기간통신업체로서는 시내전화의 대체제인 인터넷전화가 달가울 리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인터넷전화 시장은 별정통신업체에 의해 더디게 견인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LG데이콤이 가정용 인터넷전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인터넷전화 시장은 전환기를 맞이했다. 지난해 LG데이콤이 ‘myLG070’이라는 가정용 인터넷전화 서비스 출시와 함께 대대적인 TV 광고와 마케팅을 펼치면서, 인터넷전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률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MSO들이 케이블 망을 통해 인터넷전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한국케이블텔레콤을 공동 출자하고, 지난해 인터넷전화 사업을 시작했다. 케이블 업체들은 전국적으로 초고속인터넷 개인 가입자 기반을 확보하고 있어, 인터넷전화 사업의 성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마지막 인터넷전화 활성화 조건은 번호다. 인터넷전화의 식별번호인 070은 060과 착각, 스팸전화로 인식해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 번호가 시장 확대의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이에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시내전화번호 그대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을 요구했으며, 정부가 이를 수용해 오는 7월 ‘VoIP번호이동성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저렴한 요금과 대형 통신업체의 의지, 번호, 이 3가지 조건이 모두 갖춰지면 인터넷전화는 또 한 번의 전환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전화, PSTN 전화의 진정한 대체제로 거듭난다
본격적인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지난해 12월 27일 서울을 제외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6개 도시를 대상으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시범서비스를 개시했다.
시범서비스는 기존 PSTN 번호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하기를 원하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시범서비스를 진행한 인터넷전화 업체는 070 번호를 부여받은 11개 업체로, 기간인 KT,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 세종텔레콤, 드림라인, SK네트웍스, SK텔링크, 온세텔레콤, 한국케이블텔레콤(KCT)와 별정인 삼성네트웍스, CCM프라자다.
시범서비스 기간 동안 KT의 교환기를 중심으로 10여 개 업체의 교환기가 연결돼, 호가 잘 소통되는지, SMS가 전송되는지, 컬러링 등의 부가서비스가 제대로 연동되는지, 번호이동 처리가 원활히 잘 이뤄지는지 등 세부적인 사항들을 검토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드러난 몇 가지 문제점들은 인터넷전화 고시에 일부 반영됐으며,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는 고시 제정을 마치고 규제개혁위원회를 거쳐 오는 7월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시내전화와 인터넷전화 간의 번호이동제도는 070 번호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해 가입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지금까지는 인터넷전화가 시내전화의 보완제로 일부 작용했다. 통신업체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LG데이콤이 인터넷전화 50만 가입자를 유치했지만 이들 가입자의 대부분은 기존에 사용하던 PSTN 전화를 유지한 채 인터넷전화를 함께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KT로서는 실제로 시내전화 사업에 별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번호이동성 제도가 시작되면, 인터넷전화 가입자들은 기존의 시내전화 번호를 유지한 채 인터넷전화를 사용하고, 기존의 PSTN 전화를 해지하게 된다. 즉, 인터넷전화가 PSTN 전화의 보완제에서 대체제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
이러한 인터넷전화의 특성 때문에 최근 시내전화 요금 인하가 줄을 잇고 있다. 기존 시내전화 사업자들이 기존 가입자를 지키기 위한 요금제를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기간통신업체 3사는 시내ㆍ시외 단일요금제를 출시했으며, 특히 KT는 최근 ‘통화당 무제한 요금’이라는 파격적인 PSTN 시내전화 요금제를 내놨다. 이는 월 3000원의 추가 요금으로 전국 어디를 걸든 시간에 관계없이 한 통화에 39원인 요금제다.
번호이동제도, 전국 단일 통화권화의 ‘기폭제’
일부에서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국내의 번호 정책과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동전화는 010으로 번호가 통합되고 있는데 유선전화도 앞으로 지역번호를 없애고 070으로 통합돼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단견이라고 인터넷전화 정책을 연구하는 한 전문가는 지적했다. 전문가는 “전국통합번호 도입의 전제 조건은 전국의 단일통화권화”라고 말했다. 지역 구분이 없는 이동전화 요금 체계와 달리, 유선전화 요금은 시내와 시외별로 다른 요금이 부과된다. 따라서 지역을 구분하기 위해 시내전화번호에 지역번호가 붙는 것이며, 이런 상황에서 지역번호를 없앤 전국통합번호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게다가 역설적으로 번호이동성 제도가 단일 통화권화를 향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인터넷전화에 대한 기존 PSTN 전화 업체의 시장 방어가 본격화돼, 유선전화 3사가 시내ㆍ시외 단일요금제를 내놨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의 첫 성과로 PSTN 시외전화 요금 인하라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시내전화 요금은 한계까지 내려가 더 이상 가격을 내릴 여지가 없는 실정이므로 시외전화 요금을 인하한 것으로 풀이된다.
PSTN 전화의 시내ㆍ시외 단일요금은 요금부터 시작되는 전국의 단일 통화권화라는데 의미가 있다. 즉, 이런 요금제가 보다 확산되면 PSTN 전화든 인터넷전화든 39원/3분이 일반화될 수 있으며, 이는 이동전화처럼 전화를 거는 위치에 관계없이 요금이 동일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국적으로 유선전화 번호 체계를 다시 조정할 수 있다. 시내와 시외 간 요금이 동일해지면 통화권의 의미가 없어, 지역번호를 누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전국 단일 통화권화의 ‘기폭제’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한 환경이 얼마나 무르익고, 업체의 저항이 얼마나 되고, 번호가 얼마나 부족한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내 VoIP 시장 연평균 53% 성장 기대돼
한국IDC는 최근 ‘2007-2011 국내 VoIP 서비스 및 장비 시장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VoIP 서비스 시장은 2006년 약 1677억 원에서 2007년 2552억 원 규모로 확대됐으며, 향후 5년간 연평균 53%로 성장해 2011년에는 약 1조 4190억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IDC 김영욱 연구원은 “현재까지 인터넷전화 시장은 별정통신업체를 중심으로 기업용 서비스 위주로 성장했지만, 향후에는 대형 사업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가정용 서비스 시장의 성장률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화의 부상으로 유선통신 시장이 재조명받고 있다. ‘라스트 원마일(Last One Mile)’은 이제 ‘퍼스트 원마일(First One Mile)’로 트렌트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오랜 시간 괄시받아 오던 유선통신 시장의 라스트 원마일을 누가 더 많이 가져와 커버리지를 확보하느냐가 점점 더 중요시되고 있다. IPTV와 TPS(Triple Play Service) 등의 결합상품도 유선통신 시장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본격 지각 변동이 일어날 유선통신 시장의 판도에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 온더넷그러나 국내의 인터넷전화 시장은 1세대 인터넷전화인 다이얼패드의 몰락과 초고속인터넷 망을 확보하고 있는 기간통신업체의 소극적인 인터넷전화 사업으로 기나긴 정체기를 보내야 했다.
이에 정부는 인터넷전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을 강구해 왔으며, 드디어 올해 기존의 유선전화 번호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PSTN 전화가 인터넷전화로 빠르게 대체될 것으로 예상돼 유선전화 업계가 술렁인다.
인터넷전화의 양날개, 경제성과 이동성
일부에서 인터넷전화와 VoIP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VoIP번호이동성 제도’도 엄밀히 따지면 틀린 표현이며,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옳다.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란 아날로그 음성을 IP 패킷화해 패킷 전송망인 인터넷을 통해 음성을 주고받는 기술의 통칭이다. 기존의 음성 서비스가 PSTN을 통해 전송되는 것과 달리, VoIP는 게이트웨이에서 음성 신호를 표준 규격에 맞게 압축해 상대 게이트웨이로 전송함으로써 음성 통화를 제공한다.
즉, 인터넷전화는 VoIP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솔루션 중 하나다.
인터넷전화의 최대 장점은 저렴한 요금이다. 현재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시내ㆍ시외 단일 요금제와 자사 가입자 간 무료통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인터넷전화가 인터넷 망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망은 유선 망과 달리 시내와 시외 간 구분이 없기 때문에, 전국 단일 요금제가 가능하다. 자사 인터넷전화 가입자 간 무료통화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이유 역시 자사 인터넷 망 내부에서만 발생하는 통화는 타사 간 교환기 접속료가 발생하지 않아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인터넷전화는 통합 망을 구성함으로써 회선 교환망보다 효율적으로 망을 관리할 수 있으며, 이미 구축된 라우터, 스위치 등의 인터넷 장비를 활용함으로써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인터넷전화의 또 다른 장점은 기술적인 측면으로 이동성을 꼽을 수 있다. 초고속인터넷이 되는 어느 곳에서든지 인터넷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 휴대폰만큼 이동이 자유롭지는 않지만, PC방이든 출장 중이든 자신의 인터넷전화 단말을 초고속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위치에 상관없이 070이라는 단일번호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이는 시내ㆍ시외 단일요금체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한 인터넷전화는 PSTN에 비해 대역폭이 넓은 초고속인터넷망을 이용하므로,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통합해 영상통화 등 다양한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 따라서 신규 서비스를 개발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1세대 인터넷전화가 남긴 음성 품질이 낮다는 인식은 인터넷전화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꽤 오랜 시간 작용했지만, 오늘날 인터넷전화 품질은 PSTN 전화 품질과 차이를 느낄 수 없을 만큼 향상됐다.
코덱에 의해 음성을 디지털화할 때 음성 품질을 정량적으로 통계화해 평가한 수치인 MOS(Mean Opinion Score) 평가에 따르면, 인터넷전화 통화 품질 기준치는 3.6 이상이다. 이와 비교해 기존의 PSTN 전화는 4.0 이상이며, 이동전화는 별도 기준치가 없고 평균 3.6~3.9 정도 수준으로 평가된다. MOS는 최저 MOS 1에서 최고 MOS 5 범위를 갖으며, 사람들이 직접 음성을 청취하고 음성 품질을 평가한 값이다.
또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지난 3월 발표한 ‘한국케이블텔레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서비스 품질 시험 성적서’에 따르면, 한국케이블텔레콤의 인터넷전화의 통화 품질은 PSTN 전화에 버금가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표 1)의 R 값은 ITU 표준 음성품질 측정 값으로 음성의 명료도, 잡음 정도, 에코 등 20개 매개 변수를 이용해 측정하며, MOS 최고값인 5.0은 R 값의 100에 해당한다.
오랜 침체기를 걸어온 인터넷전화
인터넷전화는 2000년 국내에 처음 등장했다.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로 포문을 연 1세대 인터넷전화는 통화 요금이 무료라는 장점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통화 끊김 현상과 낮은 음성 품질로 쓴 맛을 봐야 했다.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수많은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동반 몰락했으며, ‘인터넷전화는 음성품질이 낮다’는 인식을 뿌리 깊게 남겨놓고 1세대 인터넷 전화는 물러났다.
국내 인터넷전화 시장은 꽤 오랜 시간 1세대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2005년 기간역무를 제정해 KT 등 7개 업체가 기간 사업자로 인가받았으며, 인터넷전화 식별번호로 070을 부여했다. 그러나 대중의 인지도 부족과 시장 잠식을 우려한 시내전화 사업자의 견제 속에서 인터넷전화 시장은 더딘 성장세를 보여왔다.
인터넷전화 시장의 포문을 열고 이 시장을 이끌어 온 것은 별정통신업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인터넷전화(VoIP) 시장의 국내외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06년 9월 현재 38개 인터넷전화 업체는 회선 수를 기준으로 약 88만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보고서의 사업자별 분류에 따른 가입자 수 현황 분석에 따르면, (표 2)와 같이 인터넷전화 시장은 별정통신업체가 주도했음을 알 수 있다.
별정통신업체의 가입자 수는 전체 가입자의 92.2%를 차지하는 약 81만 명, 기간통신업체의 가입자 수는 7.8%로 약 7만 명으로 집계됐다. 개인 가입자의 98.2%가 별정통신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한 반면, 기간통신업체의 경우 가입자 중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90.6%에 달했다.
서비스 유형별로는 070 서비스 가입자가 10만 명, 발신용 전화서비스의 가입자가 78만 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개인 시장에서 070 서비스 활성화가 매우 미흡한 실정이었다. 이는 착신번호 부여에 의한 서비스 활성화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인터넷전화 시장의 매출액은 2006년 말 약 1179억 원의 시장 규모로 파악됐다. 같은 해 시내전화 시장의 매출액이 약 4조 979억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초기 시장으로, 인터넷전화에 대한 인식률이 낮은 실정이었다. 인터넷전화 시장의 매출액과 요금 수익 규모는 가입자의 증가와 정부의 인터넷 활성화 정책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전화의 활성화 조건
인터넷전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요구된다.
첫째는 요금 경쟁력이다. 이는 인터넷전화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잠점이다.
두 번째 조건으로는 대형 통신업체의 의지가 꼽힌다. 미국의 경우 대형 통신업체들이 인터넷전화 사업을 이끌어 왔으며, 케이블업체들이 PSTN 방식의 시내전화에 대응하기 위해 초고속인터넷 사업과 함께 인터넷전화 사업을 추진했다. 일본은 야후BB가 인터넷전화 가입자 500만 명 이상을 확보했으며, 스카이프에 대항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를 맺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의 경우, 유선 망을 갖고 있는 기간통신업체나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하고 있는 케이블업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인터넷전화 사업을 추진하느냐에 인터넷전화 활성화의 성패가 달려있다.
그러나 시내전화 시장의 90%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KT와 10% 시장을 점유한 하나로텔레콤 등의 기간통신업체로서는 시내전화의 대체제인 인터넷전화가 달가울 리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인터넷전화 시장은 별정통신업체에 의해 더디게 견인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LG데이콤이 가정용 인터넷전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인터넷전화 시장은 전환기를 맞이했다. 지난해 LG데이콤이 ‘myLG070’이라는 가정용 인터넷전화 서비스 출시와 함께 대대적인 TV 광고와 마케팅을 펼치면서, 인터넷전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률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MSO들이 케이블 망을 통해 인터넷전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한국케이블텔레콤을 공동 출자하고, 지난해 인터넷전화 사업을 시작했다. 케이블 업체들은 전국적으로 초고속인터넷 개인 가입자 기반을 확보하고 있어, 인터넷전화 사업의 성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마지막 인터넷전화 활성화 조건은 번호다. 인터넷전화의 식별번호인 070은 060과 착각, 스팸전화로 인식해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 번호가 시장 확대의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이에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시내전화번호 그대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을 요구했으며, 정부가 이를 수용해 오는 7월 ‘VoIP번호이동성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저렴한 요금과 대형 통신업체의 의지, 번호, 이 3가지 조건이 모두 갖춰지면 인터넷전화는 또 한 번의 전환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전화, PSTN 전화의 진정한 대체제로 거듭난다
본격적인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지난해 12월 27일 서울을 제외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6개 도시를 대상으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시범서비스를 개시했다.
시범서비스는 기존 PSTN 번호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이용하기를 원하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시범서비스를 진행한 인터넷전화 업체는 070 번호를 부여받은 11개 업체로, 기간인 KT,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 세종텔레콤, 드림라인, SK네트웍스, SK텔링크, 온세텔레콤, 한국케이블텔레콤(KCT)와 별정인 삼성네트웍스, CCM프라자다.
시범서비스 기간 동안 KT의 교환기를 중심으로 10여 개 업체의 교환기가 연결돼, 호가 잘 소통되는지, SMS가 전송되는지, 컬러링 등의 부가서비스가 제대로 연동되는지, 번호이동 처리가 원활히 잘 이뤄지는지 등 세부적인 사항들을 검토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드러난 몇 가지 문제점들은 인터넷전화 고시에 일부 반영됐으며,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는 고시 제정을 마치고 규제개혁위원회를 거쳐 오는 7월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시내전화와 인터넷전화 간의 번호이동제도는 070 번호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해 가입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지금까지는 인터넷전화가 시내전화의 보완제로 일부 작용했다. 통신업체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LG데이콤이 인터넷전화 50만 가입자를 유치했지만 이들 가입자의 대부분은 기존에 사용하던 PSTN 전화를 유지한 채 인터넷전화를 함께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KT로서는 실제로 시내전화 사업에 별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번호이동성 제도가 시작되면, 인터넷전화 가입자들은 기존의 시내전화 번호를 유지한 채 인터넷전화를 사용하고, 기존의 PSTN 전화를 해지하게 된다. 즉, 인터넷전화가 PSTN 전화의 보완제에서 대체제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
이러한 인터넷전화의 특성 때문에 최근 시내전화 요금 인하가 줄을 잇고 있다. 기존 시내전화 사업자들이 기존 가입자를 지키기 위한 요금제를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기간통신업체 3사는 시내ㆍ시외 단일요금제를 출시했으며, 특히 KT는 최근 ‘통화당 무제한 요금’이라는 파격적인 PSTN 시내전화 요금제를 내놨다. 이는 월 3000원의 추가 요금으로 전국 어디를 걸든 시간에 관계없이 한 통화에 39원인 요금제다.
번호이동제도, 전국 단일 통화권화의 ‘기폭제’
일부에서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국내의 번호 정책과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동전화는 010으로 번호가 통합되고 있는데 유선전화도 앞으로 지역번호를 없애고 070으로 통합돼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단견이라고 인터넷전화 정책을 연구하는 한 전문가는 지적했다. 전문가는 “전국통합번호 도입의 전제 조건은 전국의 단일통화권화”라고 말했다. 지역 구분이 없는 이동전화 요금 체계와 달리, 유선전화 요금은 시내와 시외별로 다른 요금이 부과된다. 따라서 지역을 구분하기 위해 시내전화번호에 지역번호가 붙는 것이며, 이런 상황에서 지역번호를 없앤 전국통합번호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게다가 역설적으로 번호이동성 제도가 단일 통화권화를 향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인터넷전화에 대한 기존 PSTN 전화 업체의 시장 방어가 본격화돼, 유선전화 3사가 시내ㆍ시외 단일요금제를 내놨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의 첫 성과로 PSTN 시외전화 요금 인하라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시내전화 요금은 한계까지 내려가 더 이상 가격을 내릴 여지가 없는 실정이므로 시외전화 요금을 인하한 것으로 풀이된다.
PSTN 전화의 시내ㆍ시외 단일요금은 요금부터 시작되는 전국의 단일 통화권화라는데 의미가 있다. 즉, 이런 요금제가 보다 확산되면 PSTN 전화든 인터넷전화든 39원/3분이 일반화될 수 있으며, 이는 이동전화처럼 전화를 거는 위치에 관계없이 요금이 동일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국적으로 유선전화 번호 체계를 다시 조정할 수 있다. 시내와 시외 간 요금이 동일해지면 통화권의 의미가 없어, 지역번호를 누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전국 단일 통화권화의 ‘기폭제’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한 환경이 얼마나 무르익고, 업체의 저항이 얼마나 되고, 번호가 얼마나 부족한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내 VoIP 시장 연평균 53% 성장 기대돼
한국IDC는 최근 ‘2007-2011 국내 VoIP 서비스 및 장비 시장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VoIP 서비스 시장은 2006년 약 1677억 원에서 2007년 2552억 원 규모로 확대됐으며, 향후 5년간 연평균 53%로 성장해 2011년에는 약 1조 4190억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IDC 김영욱 연구원은 “현재까지 인터넷전화 시장은 별정통신업체를 중심으로 기업용 서비스 위주로 성장했지만, 향후에는 대형 사업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가정용 서비스 시장의 성장률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화의 부상으로 유선통신 시장이 재조명받고 있다. ‘라스트 원마일(Last One Mile)’은 이제 ‘퍼스트 원마일(First One Mile)’로 트렌트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오랜 시간 괄시받아 오던 유선통신 시장의 라스트 원마일을 누가 더 많이 가져와 커버리지를 확보하느냐가 점점 더 중요시되고 있다. IPTV와 TPS(Triple Play Service) 등의 결합상품도 유선통신 시장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본격 지각 변동이 일어날 유선통신 시장의 판도에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 온더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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