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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지혜

시가총액의 함정

by 소나기_레드 2023. 3. 11.

A라는 기업의 시가총액이 현재 100억 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오늘 주식시장에서 100억 원어치 주식을 몽땅 샀다면 이 기업을 인수한 것이다.

 

그럼 이 기업을 인수하는 데 지불한 비용은 100억 원이 전부일까? 더 이상 A라는 기업 투자에 들어갈 비용은 없는 것일까?

 

아니다. 아직 확인할 것이 남아 있다. A라는 기업의 주식을 모두 샀다면 그 기업의 자산을 모두 승계한 것을 의미한다. 자산엔 자본도 있지만 부채도 있다.

 

일반적으로 주식만 100% 사들일 경우 그 기업을 100% 인수했다고 생각하고, 시가총액을 기업인수가격의 전부로 착각한다. 그리곤 기업가치와 시가총액을 비교하여 기업가치에 비해 싸게 샀는지 비싸게 샀는지 비교한다.

 

그러나 기업가치와 시가총액만을 비교하여 싸게 사는 것인지 비싸게 사는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다.

 

예를 들어 A라는 기업의 주식을 100억 원을 들여 100% 사들였는데, 그 기업에 현금이 70억 원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중 20억 원이 영업을 위한 평균운전자금이라고 한다면 이 회사는 여유 자금 50억 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즉, 현금이란 기업 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운전자금을 제외한 영업활동 외적으로 축적된 여윳돈을 의미한다. 쉽게 설명하면 회사원이 직장을 다닐 때 지갑 안에 매일 들어 있는 돈의 규모를 말하는 격이다. 지갑 안에 있는 돈이 1만 원이라면 이것이 회사원의 운전자금이다.

 

어느 날 지갑 안에 5만 원이 들어 있다면 그 중 4만 원이 남는 현금이다. 이 4만 원은 술을 마시든, 영화를 보든, 마우스를 사든 그 이용이 자유로운 돈인 것이다. 기업으로치면 남는 현금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이 남는 현금을 공장이나 기계를 증설하는 데 사용하거나 사업다각화를 위해 사용한다. 결국 A라는 기업을 100억 원에 사들인 것이 아니라, 50억 원[100-(70-20)]에 사들인 것이다.

 

어느 식당을 1억원에 인수했는데 그 식당의 금고 안에 7천만 원이 들어 있다면, 그 중 평균운전자금(배추, 시금치, 콩나물 등을 사는 데 투입해야 할 돈)이 2천만 원이라면, 그 식당을 1억원이 아니라 5천만 원에 인수한 것과 같다.

 

이제는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A라는 기업의 주식을 모두 100억 원에 사들였는데, 그 기업에 부채가 200억 원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사정이 그렇다면 A사를 100억 원에 산 것이 아니라 300억 원에 산 격이다.

 

어느 식당을 1억 원에 인수했는데 그 식당이 갚아야 할 빚이 2억 원이 있다면, 그 식당을 3억 원에 산 것과 같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구하고 그것을 시가총액과 비교한다. 엄밀히 말해 시가총액이 아니라 기업의 인수가격과 비교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의 가격은 시가총액이 아니라 [시가총액 - 현금 + 부채]이다. 그럼에도 문제가 아직 남아 있다. 어디까지 현금으로 보고 어디까지를 부채로 볼 것인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업의 특성과 당시의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만약 어떤 기업이 자회사 중 아주 큰 회사를 매각하여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해 두었다면, 혹은 세계적인 기업이나 국가에서 납품을 받았다면, 예컨대 MS 같은 기업이나 미국 정부에 100조 원어치를 납품하고 매출채권으로 100조 원을 갖고 있다면, 그 100조 원 중 상당한 부분은 현금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의 가격 = 시가총액 - 현금 + 부채]이다. 이것을 기업의 가치와 비교해 보면 된다.

 

 

이제 남은 것은 부채에 대한 규명 부분이다. 부채 전체를 모두 부채로 볼 것인가란 문제가 남는다. 부채가 양날의 칼이기에 부채가 전혀 없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적은 부채는 인정해 줄수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 50% 미만은 아주 좋은 구조이고, 부채비율 100% 미만은 그런 대로 좋은 구조이다. 즉, 자기 돈에 비해 부채가 50% 미만이면 아주 좋은 구조이고, 자기 돈만큼 부채가 있으면 그런 대로 좋은 구조이다. 

 

 

1주당으로 계산하면 기업의 현재 가격은 현재가가 아니라 [현재가 -1주당 현금 + 1주당 부채]인 것이다.  따라서 PER를 계산할 때는 현재가/EPS보다 [현재가-1주당 현금+1주당 부채]/EPS로 해야 보다 정밀하다 할 것이다. 단, 1주당 현금이나 1주당 부채는 기업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모두 적용하는 범위가 모두 다르다.

 

 

운전자금을 제외한 현금을 현금으로 보아야 하고, 부채비율 50% 미만은 부채로 간주하지 않아도 좋고, 부채비율 100% 초과분은 모두 부채로 처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물론 50~100% 사이에서 기업마다 다르게 적용하고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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