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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세 꺾인 배민. 매각설?

by 소나기_레드 2025. 5. 29.

성장세 꺾인 배민…IB업계선 '매각 가능성' 설왕설래

배민 실적 부진이 DH 본사 '리스크' 부각
분주해진 글로벌IB...매각 가능성 부상
DH 측 "공식적인 입장 밝힐 수 없다"

 

 

"한국에선 소비자가 배민(배달의민족)을 선택할 만한 강력한 이유(고객가치제안)가 부족했습니다."

지난달 24일 진행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마리 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세계 자사 브랜드 12곳 중 배민의 부진을 콕 찍어 투자자들에 고개를 숙였다. 올해 1분기 아시아 지역 GMV(거래액)이 전년 대비 12% 이상 감소했다는 '어닝 쇼크'를 언급하면서다. 특히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 GMV가 22% 급성장한 점과도 대비됐다.

 

실적발표 직후 JP모간, UBS, 도이치뱅크 등 각 글로벌IB들도 공통적으로 한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DH 전체 기업가치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예상보다 큰 한국 시장 내 GMV 하락이 발표되면서 회사의 주가는 9% 가까이 급락했다. "보수적으로 책정했던 GMV보다 더 하락하면서 한국 내 경쟁력 약화에 대한 공포심이 커졌다"(JP모간), "한국 내에서 구조개편 없이 반등은 어려울 것"(UBS)이란 평가들이 이어졌다.

투자자들 배민 성장 둔화 '질타'하자...바빠진 IB들

실적 발표 직후인 이달 초부터 국내 투자은행(IB)들은 분주해졌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DH의 아시아지역 재편 가능성과 맞물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선 전격적인 배민 매각 가능성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2019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의 '빅 딜'로 회사를 인수한 지 6년여만이다. DH 측에선 공식적으로 매각설을 일축하고 있지만 배달 시장의 전반적인 축소, 쿠팡 이츠 등 경쟁사들의 급부상, 정치적인 규제 강화 움직임 등 배민을 둘러싼 경영환경을 고려할 때 언제든 현금화 가능성에 불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다. 일부 IB들이 회사소개서를 들고 글로벌 사모펀드(PEF) 등 잠재 인수 후보들과 접촉하면서 소문도 급물살을 탔다.

실제 DH는 올해 초 독일 본사에서 한국 사업의 조정을 검토해왔다. 본사의 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서였다. 이달 들어 독일증권거래소에 상장된 DH의 주가는 주당 24유로 내외에서 횡보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최저점인 14유로 대비 60%의 상승율을 보였지만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1월 사상 최고치인 주당 145유로에서 80% 가까이 급감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국의 부진이 단순한 지역내 일시적 부진이 아닌 그룹 전체의 투자자 심리를 흔들고, 주가 회복을 막는다는 게 글로벌 IB들의 공통적인 진단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DH가 배달 플랫폼을 운용하는 전세계 시장 대비 한국의 성장성과 중요성이 과거보다 떨어진 점도 매각설이 불 붙은 원인으로 꼽힌다. DH는 배민 외에도 아시아와 유럽 등에서 12 곳 내외의 배달플랫폼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DH가 2015년 현지 업체를 인수하면서 시작된 탈라바트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급성장하면서 회사 전체 매출의 40%를 올릴 정도로 압도적인 플랫폼으로 안착한 점이 고무적이었다. 탈라바트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24%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엔 배민의 GMV와 매출을 모두 추월했다.

IPO는 사실상 불가능...'매각'에 방점

현지 IB들은 초기 단계만 하더라도 DH에 배민의 국내 상장(IPO)을 통한 유동성 확보를 아이디어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DH는 지난해 12월 탈라바트를 14조원의 기업가치로 성공적으로 두바이 증시에 상장하면서 약 2조 중반을 구주매출로 확보한 성공 사례가 있었다. 배민의 상장 여부도 타진해보기 위해 연초 국내외 증권사를 대상으로 스터디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배민의 IPO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낸 증권사는 한 곳도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경쟁구도 및 정치, 사회적 여건상 상장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2위인 쿠팡이츠가 빠른 속도로 배민을 추격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소상공인과의 배달 수수료 갈등, 라이더 근로자를 둘러싼 고용 문제 등 사회적 갈등이 주요 부담 요인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선 정국과 맞물려 여야를 막론하고 플랫폼 규제강화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배민의 상장은 더욱 요원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정치적인 리스크가 불거지고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추가 규제안이 도입되기 전에 현금화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도 있다. DH는 이미 유럽 내 라이더 고용 규제에 따른 리스크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앞서 스페인은 2021년 ‘라이더법’을 시행해 배달 플랫폼의 라이더를 자영업자가 아닌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자회사 글로보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24년 약 1만5000명의 배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 딜리버리히어로 주가는 하루 만에 약 10% 하락했다.

이미 배당과 감자 등으로 투자금 상당수를 회수해 몸집이 가벼워진 점도 DH의 매각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DH는 전체 인수금액인 4조7500억원 중 창업자인 김봉진 의장과 벤처캐피탈(VC) 등 주주들에게 절반가량인 2조5000억원은 현금으로, 나머지 금액은 DH의 신주를 발행해 지급했다. DH는 지난해 배민으로부터 배당으로 4127억원을, 보유 자사주를 배민이 넘겨 소각하는 방식으로 5372억원을 각각 회수했다. 한해 동안 배당과 자사주 소각으로 약 9500억원을 회수한 것이다.

DH 측은 "본사와 자회사와 관련한 시장의 추측에 대해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차준호 / 최다은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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