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배달앱 상생안, 이러다 입법까지 갈까
배달앱과 외식업계의 협의가 지지부진합니다. 정부가 배달앱 중개 수수료 인하 등을 목적으로 출범시킨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에서 석 달이 지나도록 별다른 상생안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6차 회의 당시에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발표한 자료가 미흡해 기자들 사이에서는 한숨이 나왔는데요, 7차 회의에는 아예 방안이 나오지 않았죠.
이유는 분명합니다.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 사이의 눈치싸움은 정부가 마련한 상생협의체에서도 계속되고 있고요. 입점업체를 대표하는 단체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결국 상생협의회에서 자율규제안이 도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직접 나서 규제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상생안이 나오지 않는 기간이 길어져서 소상공인만 숨통이 막힌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15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배달앱 운영사들은 지난 14일 7차 회의에서도 입점업체 단체가 요구한 수수료율 상한선을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입점업체 단체는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상인연합회입니다.
입점업체를 대표하는 협단체 대부분은 배달앱의 수수료 인하가 핵심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배민과 쿠팡이츠의 중개 수수료율은 9.8%, 요기요의 상한선은 12.5%입니다. 다만 일종의 차등 요금제인 요기요 라이트 이용 업체는 매출에 따라 중개수수료율이 최저 4.7%까지 낮아집니다.
특히 입점업체 단체들은 배민과 쿠팡이츠가 내놓는 상생안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결국 두 배달앱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만큼, 두 기업에서 성실하게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거죠.
그러나 양사가 제시한 방안을 보면, 결코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한다는 지적이 입점업체들로부터 나옵니다. 정부가 마련한 자리에서조차 성실한 태도로 임하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먼저 배민이 내놓은 상생안은 차등 요금제, 그리고 할인 혜택 제공 시 추가로 수수료를 인하하는 안입니다. 배민은 상생협의체에서 매출액 상위 59% 점주에게 기존과 같은 9.8% 중개수수료율을 적용하고, 60~79%에는 6.8%, 나머지 업체에게는 2%대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지난 6차 회의 당시 입점업체 단체들이 문제로 삼은 부분은 배민이 제안한 할인혜택입니다. 상위 60~80%에는 업체가 소비자에게 1000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 수수료 6.8%를, 1500원이면 4.9%를 적용하는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다만 입점업체 단체는 해당 안이 업주의 부담을 늘린다고 반발했는데요. 예를 들어 주문금액이 3만원일 때 수수료가 9.8%라면 점주 부담 수수료는 2940원인데요. 만일 1000원 할인을 붙여 수수료율이 6.8%가 된다면, 점주 부담 금액은 3040원이 되어 버립니다. 오히려 점주 부담 금액이 더 커지는 셈이죠. 입점업체들의 반발이 커지자, 해당 제안은 현재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입점업체 단체들은 배민이 차등 요금제 운영 기간을 3년으로 제시한 것도 문제 삼았습니다. 결국 3년이 지나면, 현재의 수수료 정책으로 복귀한다는 건데 과거 포장 수수료를 무료로 한 정책과 다를 바 없다는 겁니다. 이중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3년 후에는 원래 수수료로 복귀한다는 것인데, 합의가 어려운 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입점업체 단체들은 쿠팡이츠의 태도에도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쿠팡이츠는 별다른 상생안을 제시하지 않고, 배민의 상생안을 따라가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입점업체들은 쿠팡이츠의 태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배민이 상위 사업자이지만, 쿠팡이츠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사업자이기 때문에 상생안 제시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는 겁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9월 배민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추정치는 약 2263만명, 쿠팡이츠는 약 838만명입니다. 이렇게 보면 배민이 압도적이지만, 외식업계에서는 수도권 내 쿠팡이츠의 주문수가 크게 늘어나 쿠팡이츠의 상생안 제시도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수수료 관련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쿠팡이츠가 그나마 제안한 게 바로 가게배달입니다. 가게배달은 입점업체에서 배달대행사와 개별로 계약해 배달을 맡기는 방식입니다. 지금까지 쿠팡이츠는 자체 플랫폼에 가입해 활동하는 배달 라이더에게만 배달을 맡겨왔습니다. 지금까지 한 가지 모델로 운영해 왔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모델을 도입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가게배달 관련 정책 또한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아 입점업체 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한 입점단체의 관계자는 “가게배달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하나도 제시되지 않았다”며, “수수료 인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본부장은 “가게배달은 제한적 선택권”이라며 “선택권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구체적인 안이 나왔을 때 선택하는 것인데, 불확실한 안을 선택하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양사가 충분한 자본이 있고, 상생의 요구가 있음에도 결코 큰 양보를 하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합니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7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봤다”면서 “쿠팡이츠는 배달 사업에 손실을 보고 있지만, 그래도 쿠팡이라는 본체의 자본력이 크지 않나”라고 일갈했습니다.
입점업체 단체는 배달앱이 차등 요금제를 적용할 경우 최저선을 2%로 맞추는 동시에, 최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수수료 상한선을 5%에 맞춰야 한다고 강하게 입장을 표명했고요.
소상공인협의회는 최저수수료를 적용할 경우 최저 비중을 배민이 제시한 20%에서 30%로 늘려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광고 상품의 운영 방식을 클릭당 과금하는 CPC 방식에서 판매가 이뤄졌을 때 과금하는 CPS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하지만 입점업체 단체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가맹점주협의회 등 단체는 수수료 상한선을 5%로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과거 배민의 중개 수수료율인 6.8%로 인하하는 안이 추진 속도 등에 있어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 배달 업계 관계자는 “배달앱이 고개를 숙여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입점업체 단체들의 태도가 워낙 강경해 상생안 합의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배달앱 입점업체들 또한 소상공인부터 프랜차이즈 가맹점, 본사까지 처한 상황이 다양해, 일괄적인 수수료 인하가 전반적인 생태계에 이롭겠느냐는 의문도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결국 수수료 관련 입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는 것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달 6일 KBS 일요진단에서 “상생협의체에서 내놓은 방안이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정부로서는 입법을 통한 제도개선 등 추가방안을 도입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국에 상생안 논의가 길어지고, 입법 단계로 넘어갈수록 숨이 넘어가는 건 소상공인 등 입점업체들입니다. 입점업체 단체들과 배달앱들은 23일 열릴 8차 회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과연 상생안이 도출될 수 있을까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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