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7
이제 국내에서도 대규모 M&A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1998년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경영권 인수 소식이 들리자, 국내에서도 M&A에 대한 가능성이 커지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삼성·네이버·카카오 등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M&A를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해외에 비해서는 여전히 턱도 없는 수치다. 구글은 무려 200개가 훌쩍 넘는 기업을 인수하며, 세계 최고의 기업 자리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구글은 직원이 단 2명뿐인 기업을 3,000만 달러를 들여 인수하기도 했다. 이렇게 기업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기업을 끌어들이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운 인재 경영, 어크-하이어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기업이 인재를 영입하는 방식, 어크-하이어
어크-하이어란 기업 인수를 뜻하는 ‘Acquire’와 고용을 뜻하는 ‘Hire’의 합성어다.
겉보기엔 M&A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어크-하이어는 기업의 인재를 얻기 위해 인수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렇게 영입된 기업의 직원들 보통 인수 회사의 새로운 파트에 편입되어 업무를 수행하곤 한다. 즉 어크-하이너는 인재 경영의 새로운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인재들은 기업 채용 공고를 살피기보다는 자신만의 회사를 세우는 경우가 많다. 면접을 통해 채용한 100명의 인재보다 어크-하이어를 통해 받아들인 몇 명의 인재가 기업에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실리콘 밸리의 수많은 기업은 독보적인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어크-하이어 방식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구글 역시 이 중 하나다.
잘 고른 기업 하나로 왕좌 자리 오른 기업들
2014년 구글은 약 4~5억 달러(약 4600억~5800억 원)를 주고 ‘딥마인드’를 인수했다. 당시 딥마인드는 설립된 지 4년, 직원 수는 50명밖에 불과한 베일에 싸인 벤처 기업이었다. 구글이 이런 기업을 인수한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다. 딥마인드의 직원 50명 중 10명 이상이 딥 러닝 분야의 전문가였다.
당시 인공지능에 대한 기업의 관심은 높았지만,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전문가는 전 세계에 50여 명에 불과했다. 그중 1/5 이상이 모두 딥마인드에 근무하고 있으니, 구글 입장에서는 이 기업을 인수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구글의 일원이 된 딥마인드는 이후 그 유명한 ‘알파고’를 만들어 내며, 인공지능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좌) 페이스북 전 CTO 브렛 테일러 / (우) 월마트 온라인 부문 CEO 마크 로어
페이스북도 인재 영업에 한창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2009년 12명의 직원을 보유한 ‘프렌드 피드’를 4,700만 달러(530억 원)에 인수했다. 과한 인수 비용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이후 마크 저커버그는 프렌드 피드의 브렛 테일러를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월마트 역시 아마존 전 임원이자 제트 닷컴의 CEO인 마크 로어를 영입하기 위해 35억 달러(약 4조 900억 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어크-하이어, 과연 무조건 성공할까?
어크-하이어가 늘 성공하는 건 아니다. 구글은 2005년 2명의 직원을 둔 닷지볼을 3,000만 달러(340억 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2년 뒤 닷지볼의 공동창업자 데니스 크라울리는 “구글은 우리의 기대만큼 닷지볼을 지원하지 않았다. 구글에서의 모든 경험이 불만스러웠다”는 심경을 밝히며 구글을 떠났다. 그렇게 구글의 닷지볼 인수는 ‘천하의 구글도 성공하지 못한 인수’라 불리고 있다.
노무라 증권은 파산한 리먼브러더스의 아시아 및 유럽 조직을 아주 헐값에 인수한 후, 인재들을 붙잡기 위해 40억 달러를 보너스로 사용했다. 세계적인 투자 은행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기회였다. 그러나 직원들은 계약 종료 시점이 되자 하나둘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노무라 증권의 고전은 계속되었고, 결국 2016년 글로벌 주가 하락으로 대규모 인원 감축을 시행했다.
다양한 기업 출신의 직원들로 이뤄진 Looker
사실 어크-하이어를 위해 쓰이는 비용은 기업에 타격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인재가 기업에 걸맞은 사람인지,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인재 영입 후 기업과 원만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만약 이런 관리가 소홀하다면 구글과 노무라 증권의 사례처럼 인수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인재가 악재가 될 수 있는 순간이다.
세계적인 IT기업이 모여 있는 실리콘 밸리에선 어크-하이어를 통해 유능한 인재를 모셔가기 위해 안달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인재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인수 비용을 지불하는 데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어크-하이어가 무조건 이뤄져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를 통해 구글, 페이스북, 월마트 등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우수한 인재 확보를 위해 어크-하이어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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